논설

건설현장 외국인 인력문제의 심각성이 점점 끓어올라 임계치를 향해 가고 있다. 정부가 마땅한 해결책 없이 원론적 조치만 취하고 있는 사이 건설업체들은 상습 불법고용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무리한 노조원 채용요구 등 횡포를 일삼는 일부 노조세력들까지 가세해 건설시공업체들의 신음과 원성이 깊어만 가고 있다.

“국내 인력들은 위험하고 고달픈 막일이라며 기피하는 마당에 외국인력이라도 쓸 수밖에 없다. 갑자기 단속반이 들이닥쳐 한꺼번에 몇십명씩 잡아가버리면 공사는 중단되고 회사는 도산할 수밖에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요즘 흔히 들리는 골조(철근콘크리트) 공사장 관계자의 하소연에 문제의 핵심이 담겨있다.

물론 모순적 전제들이 많아 답이 쉽게 나올 사안은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단속→처벌→불법고용’의 악순환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정부의 난감한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외국 인력들에게 내국 인력의 일자리가 잠식되도록 도와준다는 비난이 무엇보다 우려스러울 것이다. 더욱이 일자리 마련 대상이 불법체류 외국 인력들이라면 봐주기가 힘들 것이다. 외국 인력들 때문에 국내 인력들의 숙련인 양성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단속·처벌위주 대책은 환부를 피해가는 땜질식 처방의 되풀이다. 정부는 정확한 내국인·외국인 건설 인력수급 현황과 대책부터 제시해야 한다. 올해 내국인만으로는 건설업에서 13만명 가량이 부족하다는 통계도 있다. 국내 건설현장 일자리 부족의 직접적인 원인이 과연 외국인 인력들 때문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내놔야 한다. 왜냐하면 국내 인력들이 외국인 인력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기 이전에 건설공사장을 기피하는 이유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사종료와 함께 고용계약도 끝나는 등 근속이 보장되지 않을뿐더러 고공·발파, 기타 옥외작업처럼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 등이 그것이다. 원인이 달라지면 그에 따른 대응책도 달라져야 한다.

건설업계에서는 무엇보다 먼저 단속 업체들에 대한 외국인 고용제한 조치부터 풀어줄 것을 원하고 있다. 나아가 현행 연 2300명으로 돼 있는 비전문취업(E-9비자)의 건설업 쿼터를 확대하고 5만5000명인 동포방문취업(H-2)의 건설업 취업인정 쿼터 제한을 해제하는 한편 재외동포(F-4)의 건설현장 단순노무 취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갈등이 첨예한 문제를 한꺼번에 풀려고 하면 끝이 없다. 일단 필요한 것부터 시행을 하면서 가장 좋은 해법을 만들어가는 것도 고려해봄직한 방법이다. 외국인 고용제한 해제를 통해 외국인력의 합법적 활용 환경을 조성하면서 더 많은 내국인력들이 건설현장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통해 솔로몬의 해법을 모색해야한다. 외국 인력 합법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도 좋고 TF도 좋다. 일단 거중조정을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가동하자. 마침 지난달 31일 대한전문건설협회 주관으로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는 그런 논의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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