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에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안 개선 건의 담은 의견서 전달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도급인의 책임 강화에만 집중하고 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을 지난 1월 개정·공포하고 동법 하위법령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개정 산안법은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중지명령의 요건과 범위를 ‘급박한 위험’, ‘불가피한 사유’, ‘동일한 작업’ 등으로만 규정할 뿐, 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산안법과 하위법령 개정안에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산업현장에서는 감독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작업중지명령은 해당기업과 협력업체 등 관련 산업에 손실을 발생시키는 만큼, 불가피한 경우에만 내려지도록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경연은 "작업중지명령의 요건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면서, 작업중지명령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고용부가 작업중지명령의 상세 내용에 대해 예시 형식으로라도 하위법령에 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작업중지명령의 해제 절차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규칙 개정안과 고용부 지침은 작업중지 명령 해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와 관련된 작업근로자 과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경연은 그러나 "근로자의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어디까지 의견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노조가 근로조건 개선, 파업 등에 이를 악용하는 경우 작업중지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 개정안은 명령 해제를 요청하면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이 4일 이내에 심의위원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행정절차로 기업들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작업중지명령은 급박한 위험이 있어 내려지는 것이므로 이러한 위험이 해소되면 작업중지도 해제돼야 한다"면서, "사업주가 작업중지 해제 요청을 하면 즉시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해제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개선의견을 제시했다. 또 의견을 들어야 하는 근로자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급인의 책임 장소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우려도 있다. 산안법과 하위법령 개정안은 도급인의 책임범위를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 중 22개 산재발생 위험장소로 확대했다. 그러나 도급인이 ‘지정’, ‘지배·관리’하는 장소에 대한 기준이 없어 법을 성실히 지키고자 하는 도급인이라도 어느 장소에 대해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급인의 책임 장소가 불명확하면 도급인이 관련된 대부분의 장소가 책임대상이 돼, 도급인은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 대해서도 순회점검(2일에 1회), 작업환경측정 등을 실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경연은 하위법령에 도급인의 책임장소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또 산안법과 하위법령 개정안은 수급인(하수급인 포함)과 구별되는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즉, 도급인이 어디까지, 어떤 의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도급인이 수급인 및 하수급인의 의무와 동일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강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만큼, 하위법령에 ‘도급인이 단독으로 해야 하는 조치’, ‘도급인이 수급인과 공동으로 하여야 할 조치’,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해 지도하여야 할 조치’ 등에 무엇이 있는지 도급인과 수급인·하수급인 간 역할과 책임을 구분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음을 건의했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도급인, 수급인뿐만 아니라 하수급인까지 포함하여 합동점검을 실시하도록 하는데, 현실적으로 합동점검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범위가 너무 넓은 상황이다. 식자재 납품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출입하는 수급인도 합동점검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시·간헐적으로 출입하는 수급인에 대해서는 합동점검 등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건의했다.

‘중량비율 1% 이상의 황산, 불산, 질산, 염산’을 취급하는 작업을 도급하는 경우 고용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은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상의 도급신고 의무와 중복되고 있다. 화관법은 ‘신고’만 하면 유해화학물질 취급 작업을 도급할 수 있고, 신고 대상 중량비율도 더 높게 규정하고 있어, 시행령 개정안이 화관법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

화관법이 화학물질 관리를 보다 집중적으로 하는 법이라는 점에서, 화관법에 따라 신고 및 조치를 이행한 경우 산안법상 도급승인을 받은 것으로 갈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산안법에서는 위험성이 더 높은 도급금지 대상작업도 일시·간헐적 작업이면 예외적으로 도급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간헐적인 도급승인작업은 하위법령에서 사전 승인 없이 도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고용부장관이 고시하는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제품 중 연간 100kg미만(개별용기 단위로는 10kg 미만)으로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경우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작성·제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투자를 활발히 하는 기업일수록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이 규정을 적용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제출하지 않으려면 고용부에 비공개 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수많은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에 대해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은 연구개발 지연을 초래하여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은 수량 제한 없이 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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