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네이밍(naming)은 이름짓기다. 복잡한 산업사회에서 특히 브랜드 네이밍의  중요성은 불문가지이다. 그러나 네이밍 하나로 시장질서를 교란시켜서는 곤란하다. 지금 건설업계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이 그러하다. 이름을 과도하게 확대해석해 이른바 ‘만능면허’로 군림한지 오래이다. 견강부회에 다름 아니다.

건물 리모델링을 하면서 해당 건물을 직접 시공한 전문건설업체들은 배제한 채 시설물유지관리업에게만 입찰자격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또 교량이나 하천 제방과 같은 주요 시설물의 안전점검을 초급기술자 4명이면 등록이 가능한 시설물업체에게 맡기는 것은 또 안심이 되는가.

지난 5일 국토연구원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기 현안업종 개편 공청회’에서도 참석 4개 단체 중 3개 단체가 시설물유지관리업을 용역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참사를 계기로 특별법이 제정돼 도입됐다. 전문건설의 한 업종이지만 2003년 독립한 뒤 점차 수주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문제는 입찰·수주 영역의 범위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시행령 별표 마지막에 ‘시설물 완공 후 일상적인 점검·정비와 개량·보수·보강하는 공사’로 업무내용을 정한 뒤 다만 ‘건축물의 증축·개축·재축 및 대수선 공사와, 건축물 이외 시설물의 증설·확장공사 및 주요구조부 해체 후 보수·보강·변경하는 공사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전점검을 빌미로 아무 시공이나 함부로 할 수 없도록 분명히 선을 그어놓은 것이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2개 이상 공종의 개량·보수·보강공사를 독점적으로 맡는 등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도입취지대로 하자면 일상적인 안전점검을 전제로 한 시공을 해야 하는데도 시공에만 치중하고 있다. 취지와 다르게 변질된 채 타업종 영역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용역과 시공을 동시에 하도록 한 사례는 국내 타 건설산업분야는 물론 해외 어디에도 없다. 시설물을 시공한 업체가 하자보수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고 상식이다. 꼭 건설분야가 아니라도 예컨대 자동차, 스마트폰 같은 제품의 경우 애프터서비스(A/S)를 누구로부터 받는 것이 더 믿을만할까. 본래 제조회사일까 아니면 별도의 제품 보수업체일까. 똑똑한 소비자들이 답을 모를 리 없다. 당연히 제조회사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찬성이 많았던 개선안은 시설물유지관리업을 용역업으로 전환하고 기존 업체 보호를 위해 전문건설업으로의 전업을 촉진하는 특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시설물유지관리 용역업은 그대로 하면서 대립·갈등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 등록업체의 64.3%가 다른 건설업종을 중복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전문건설업으로의 일원화 필요성을 방증하는 것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을 말살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생·발전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나아가 건설 생산성 향상과 소비자 선택권강화, 기술개발 그리고 안전성·전문성 확보라는 정부의 업종개편 방향과도 맞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