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불가항력으로 공사기간이 연장돼 추가 발생한 간접비를 발주기관이 부담하도록 하고 그 지급대상에 하도급업체도 포함하도록 한 정부의 최근 조치는 당연하고 반길 만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기획재정부 계약예규를 개정, 공포했다. 이같은 조치는 대한전문건설협회(회장 김영윤)가 올 초부터 줄기차게 건의해온 데 대한 결과물이어서 더욱 반갑다.

공공공사는 득보다 실이 많은 때가 종종 있다. 밑지더라도 일단 일감을 따야 하는 경우이다. 낙찰의 기쁨은 잠깐, 공사기간 내내 한숨쉬기 일쑤다. 여기에 강력한 ‘폭탄’이 더 있으니 바로 간접비이다. 불가항력으로 공기가 연장되더라도 그로 인한 간접비는 보전받지 못한다. 이러니 권위 있는 공공기관이 치열한 경쟁률을 걱정하면서 낸 입찰이 자꾸 유찰되는 사례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설상가상 간접비 보전과 관련,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건설업체들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판결을 했다. 즉, 대법원은 최초계약(총괄계약)이 아닌, 통상 1년마다 체결되는 차수별 계약만 유효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첫 총괄계약 당시보다 공사 기간이 3년 늘어나도 마지막 맺은 차수계약에서 준공일만 늦추면 발주기관은 간접비를 보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이 판례대로라면 사업이 지연될 때마다 발주기관이 매년 차수계약을 새로 맺어 준공일만 변경하면, 공기가 늘어도 시공사는 간접비를 받을 길이 막막해진다.

추가 간접비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기(工期) 지연으로 그 변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연재해 같은 천재지변을 비롯해 인근 주민 반발 등 각종 민원에 발주처의 예산부족 등 시공사 입장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그것이다. 공기지연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씩 되기도 하고, 그에 따른 추가 간접비가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다.

한편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공기 연장도 시한폭탄이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난해 7월 이전 발주된 공사는 공기가 주 68시간에 맞춰 짜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발주처는 ‘나 몰라라’, 원청은 ‘내가 왜?’, 그러면 하도급업체가 옴팡 뒤집어쓰게 마련이다. 기재부의 간접비 기준합리화를 위한 계약예규 개정도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부 당국이 나서서 갖은 노력을 하는데도 도대체 영(令)이 안 서는지 건설현장에서는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한 예로 기재부가 얼마 전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폭염이나 미세먼지 등 불가항력으로 인해 추가 발생한 간접비는 보전해주라는 지침을 내렸으나 실제 혜택을 봤다는 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지침이 그냥 구두선, 공염불로 끝나버리는 식이다.

적정 공사비 보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 개운하지 않은 것은 그런 조치에 대한 아무런 처벌 혹은 불이익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돼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