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의 날이 또 지나갔다. 국토교통부의 전신인 옛 건설부가 태어난 날인 지난 6월18일이었다. 이틀 뒤 기념행사에서는 관행대로 여러 건설인들에게 훈·포장이 수여됐고 우리 건설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에 관한 담론들이 제시됐다.

잔칫날 풍경이 늘 그렇듯이 축하인사와 덕담도 오갔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드리워진 현실을 보면 마냥 환한 미소만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부턴가, 요 몇 년 건설 산업이 위기가 아닌 경우가 있었던가 반문해본다. 건설이 우리나라 산업·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기여도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마치 적폐라도 되는 양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다. 합당한 대우를 받기는커녕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져 피해를 보기 일쑤다. 여기에 실제 처한 환경은 혹독하다.

국내 신규 SOC(사회기반시설) 물량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노후 인프라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 건설시장은 전통적인 건설패러다임에서 점차 벗어나 모듈화, 자동화, 디지털화 등 새로운 트랜드로 나아가고 있다. 같은 산업 내 경쟁이 아닌 산업 간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발맞춰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간 칸막이식 업역규제가 45년만인 2021년 제거되고 29개 업종도 조정·개선되는 등 건설생산구조에 혁신적인 변화가 예고돼있다. 한 마디로 건설 산업계에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원도급의 하도급 쥐어짜기에 더해 이제는 노조들의 횡포까지,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한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는 보완책인 탄력근로제도 국회에 방치돼있다. 일이 험한 건설현장에서는 당장 쓸 내국인력이 없어 외국인근로자를 불법적으로라도 써야 현장이 돌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신기술에 의한 무인 소형크레인의 등장은 기존 대형크레인 기사들과 노조에 의해 저지당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까지 온 데는 정부와 건설인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 우선 시대에 뒤떨어진 법과 제도가 문제다. 경영과 사업관리보다는 시공에만, 기술역량 경쟁보다는 물량배분과 비용절감에만 치중토록 하는 구조다. 공공 발주처는 강제적 중앙조달 방식에 의해 전문성과 책임감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업체들은 업체들대로 신기술 개발이나 인재양성보다는 당장의 손익에만 몰두한 경향도 없지 않다.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

지키고 안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변화를 두려워말고 먼저 앞장서야 한다. 건설 생산체계 개편의 거대한 흐름 앞에 주판알만 굴릴 게 아니라 경쟁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쟁취해야 한다. 해외에는 아직도 기회의 땅이 많다. 정성을 다하고 실력을 갖추면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길도 덩달아 열린다.

건설이 가야할 길과 세워야 할 건물은 이미 웬만큼 청사진이 나와 있다. IT, AI를 비롯한 스마트 건설기술 등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생산성 향상이다. 동시에 안전과 국민 편리성 제고를 통한 신뢰기반의 구축이다. 인생길이 그러하듯 건설의 길 역시 편도이다. 미래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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