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점 살려 불황 이겨내는 5개 전문건설업체④
비개착터널공사 전문 표준이앤씨(주)

국내 건설경기가 내리막을 거듭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설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대형업체들에 비해 영세한 전문건설업체들은 여전히 해외시장 진출을 두고 고심만 거듭하고 있다. 국내에서보다 관리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지만 이를 해낼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같은 업체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전문건설업체가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로 2건의 말레이시아 국영전력공사 TNB의 지중전력구 사업에 참여하게 된 비개착터널공사 전문건설업체인 표준이앤씨(주)(대표 정재민)다.

표준이앤씨는 정부의 지원이나 대기업의 협력관계 없이 기술만으로 독자 해외진출에 성공한 케이스라 업계에서 더욱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 전철 소사역 지하역사 개발 등에 활용된 바 있는 표준의 특허인 ‘DSM 공법’이 TNB의 지중전력구 사업 설계에 반영되면서 독자 해외진출 쾌거를 이뤄냈다.

◇표준이앤씨가 두 번째로 수주 한 프린스코트 전력구 현장 위성사진.
◇표준이앤씨가 첫 번째로 수주 한 프린스코트 전력구 현장 위성사진.

이번에 따낸 TNB의 프린스코트 지중전력구 사업은 약 3년 전 이미 발주가 논의됐으나 말레이시아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공사 공법이다보니 검토가 길어져 올해 4월 중순에서야 업체 선정이 마무리됐다. 말레이 정부가 수년전부터 유럽·미국·일본 등 건설 선진국 업체들을 사전 접촉했으나 공사비와 기술력 문제로 미뤄져 최종 결정이 늦어진 게 원인이었다.

그리고 표준은 최근 또 하나의 말레이시아 지중전력구 사업인 센츄례야 현장 공사에도 참여하게 됐다. 프린스코트 전력구 사업보다 수개월 앞서 발주가 예정됐지만 현지 사정으로 공사결정이 늦어지면서 올해 7월이 돼서야  참여가 최종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두 현장을 합치면 해외공사 금액은 4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현재 쿠알라룸푸르 등에서 개발 공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유사한 전력구 공사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돼 추가로 공사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핵심 도시들의 경우 주택지와 종합병원, 대형 빌딩 건축예정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좁은 폭과 직각 구간 등의 악조건 속에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야 돼 경쟁사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이 하루이틀 만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수년간의 준비와 사전 조사가 뒷받침됐다. 표준은 지난 2012년부터 싱가포르, 사우디 등 대형건설업체들이 주로 진출하는 현장 진출을 꾸준히 타진해 왔다. 견적을 넣어보기도 하고, 이미 진출해 있는 협력사(대형건설사)를 통해 현지 사정 등의 정보를 모아왔다. 

표준이앤씨에게 해외진출은 새로운 도전이라는 아름다운 의미보다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정재민 대표는 “이번 말레이시아 현장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면서도 “최근 국내 건설경기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업체들도 포화상태라 생존을 위한 도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문업체들도 기존 방식을 벗어나 각자의 살길을 개척해야 할 때”라며 “제살 깎아먹기 식의 무의미한 경쟁보다 모두가 플러스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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