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를 적정가격에 낙찰받아 제대로 된 건축물을 짓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중대현안’이다. 국가재정 투입 공사든, 민간 발주 공사든 공사비를 제대로 투입해야 양질의 건축물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정공사비 확보는 중소 건설업체 생존은 물론 부실공사를 예방하고, 건설 재해를 줄이면서 건설 근로자에게 적정 임금을 줄 수 있어 삶의 질 향상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건설업계는 건설 안전사고(2018년 건설업 근로자 사고 재해 2만6486명·고용노동부)의 근본 원인을 낮은 공사비에 따른 안전 예산이 적은 데서 찾고 있다.

지난 수년간 건설업계의 화두는 ‘적정공사비 확보’였다. 최근 몇 년 사이 건설수주액이 내리막길을 타는 상황에서 공사비마저 제값을 받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돼 왔기 때문이다. 수주액 감소는 손해를 보더라도 일감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들의 저가 투찰을 부르고, 이는 부실공사와 하도급 업체들의 부도,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로 연결됐다.

이에 따라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공공공사의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해 건설업계와 건축물 안전 전문가들은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다. 공공 발주공사의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않고는 건설업계 전반에서 적정가격 공사가 뿌리내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노력으로 기획재정부는 올해 들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고, 후속 조치로 계약예규의 ‘종합심사낙찰제 심사기준’을 지난 5월 개정했다. 그동안은 특정 공사의 입찰자가 20개사 이상인 경우 입찰금액의 상위 40%와 하위 20%를 배제한 나머지를 평균해 산정하던 균형가격을 상·하위 20%씩을 제외해 산출하도록 했다. 이는 저가낙찰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고난도 공사의 계약금액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세부공종 단가 심사제, 불가항력으로 공사기간이 연장된 경우 추가로 발생한 간접비를 발주기관이 부담하도록 바꿨다. 여기에 불공정한 예정가격 산정 관행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적정공사비 확보 문제는 첫 관문인 공사 예정가격 산정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정가 산정을 위한 원가 산정에서 실제 들어가는 비용 등을 계산하고 적정이윤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정된 새 기준은 국가계약법령에 따른 종합심사낙찰제 공사 등에만 해당하고 지방계약법령(행정안전부 소관)에 따른 종합평가낙찰제 공사는 해당하지 않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또 입찰 점수가 동점일 때 낮은 가격을 써낸 회사가 낙찰받도록 한 ‘동점자 처리기준’이 바뀌지 않는 것도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낙찰률 상승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의견이다.

적정공사비는 국가재정 문제 이전에 국가경제 선순환과 건설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구축, 건축물 안전, 건설근로자 고용 확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건설공사 안전과 준공된 건축물 안전은 국민 안전과도 직결된다. 또 건설공사 적정공사비가 건설·건축물 안전, 하도급업체 생존, 근로자 적정임금 확보의 필수요소이다. 제값 들여 짓는 건축물이 곧 국민 안전이라는 점도 주지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와 건설업계 모두 적정공사비 확보가 건설 산업 성장과 국가 경제 활성화의 초석이라는 점을 확고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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