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오랜 속담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런데 얼마 전 과천에서는 중이 제 머리 깎을 뻔한 일이 있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 건설된 아파트의 분양가를 과천시가 심사하는 과정에서 분양가 심사대상인 아파트 시공사의 직원이 분양가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주택법 제59조 제4항은 ‘분양가심사위의 위원은 분양가 심사 업무를 수행할 때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심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행령은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심의에서 제척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법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분양가 심사를 받아야 할 재벌 건설사의 직원이 분양가심사위에 들어가 ‘셀프심사’를 한다면 결과는 어떻겠는가?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할 분양가심사위가 재벌 건설사가 제출한 고분양가를 눈감아주는 허수아비 심사, 유명무실한 심사위로 전락할 것이다.

전국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분양가심사위가 유명무실한 심사위로 전락하게 되면 재벌 건설사의 고분양가 책정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아파트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전가된다. 실제로 얼마 전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아파트에서는 총 2100세대에서 한 세대당 약 2억원의 분양가 거품이 발생해 소비자들이 바가지를 썼다는 지적이 있었다. 집 없는 서민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마련한 돈 4200억원이 재벌 건설사의 호주머니에 들어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1월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원가 공개를 의무화했지만, 엉터리 분양원가 공개와 허수아비 검증을 하는 분양가심사위로는 재벌 건설사들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더욱이 아파트가 건설된 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서 국민의 사유재산인 땅을 강제 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다. 혈세를 투입해 조성한 공공택지를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재벌 건설사에 헐값으로 팔아 그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게 했다.

특히 우리나라 청년들은 저임금·고실업·고용불안 등 3대 악재와 수도권 지역의 턱없이 높은 집값에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도 최소 수억 원에 달하는 집값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을 이 정부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지옥고(지하실·옥탑방·고시원)를 떠도는 현실을, 또 박찬욱 감독이 영화 ‘기생충’에서 지적했듯이 지하 월세방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저소득 빈민들의 삶을 국가가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현재 10명 이내로 구성하게 돼있는 분양가심사위에 지금보다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를 확대해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대원칙 아래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더 이상 심사위가 특정 건설사, 재벌 건설사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지 않도록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

더 이상 심사위가 재벌 건설사에 생선을 맡기는 식으로 운영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서민주거안정이라는 주거정책의 대원칙이 재벌 건설사들의 탐욕 앞에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민주평화당 당대표(교육위, 전북 전주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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