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건축 수주 줄자 소규모 재건축·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참여
과거 “규모 작다” 외면… 지금은 수주 경쟁까지

“수주만 된다면 규모는 안따져요”

대형 건설사들이 소규모 주택사업으로 수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중소건설사들이 주로 관심 갖던 빌라 등 미니 재건축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지역조합사업 등으로 손을 뻗치는 분위기다.

대형 재건축·재개발 수주 물량이 감소한데 주택경기도 한풀 꺾일 조짐을 보이면서 인력만 굴릴 수 있으면 규모를 가리지 않고 수주하겠다는 의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신안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수주했다.

마곡동 237-53번지 일원에 지하 2층, 지상 15층 규모의 전용면적 59∼84㎡ 아파트 400가구를 짓는 것이다. 서울의 빌라 재건축이지만 공사비는 946억원 선으로 1000억원을 밑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공공택지 사업 등 신규 주택사업이 감소하면서 주택부문의 일감 확보를 위해 소규모 재건축 수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대형 사업만 고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계열 삼호는 지난달 말 대구 중구 77 태평아파트의 소규모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지하 3층∼지상 42층 규모 518가구(오피스텔 114실 포함)를 짓는 것으로 공사비는 1071억원 규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월 수주한 서울 구로구 온수동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지하 2층, 지상 25층, 전용면적 49∼84㎡ 규모의 아파트 988가구를 짓는 것으로 공사비가 2066억원으로 그나마 빌라 재건축치고 비교적 큰 규모다.

포스코건설도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재건축·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4월 수주한 서울 서초구 잠원훼미리아파트 리모델링은 공사비가 1100억원 규모다.

사업 리스크가 커 한동안 꺼리던 지역주택조합 사업에도 대형사의 참여 빈도가 높아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충남 당진시의 ‘당진 읍내동 지역조합아파트 신축공사’를 793억원에 수주했고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속속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시공사로 나서고 있다.

국내 건설사중 가장 규모가 큰 현대건설은 지난달 대구 중구 동인동 1가에서 아파트 373가구와 오피스텔 85실을 짓는 ‘78태평상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란 도로나 광장, 공원으로 둘러싸인 1만㎡ 미만 면적의 땅에서 20가구 이상의 낡은 단독·다세대 주택을 재개발해 새 공동주택을 짓는 방식을 말한다.

그간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주로 지자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추진해왔으나 최근 정부가 도시재생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건축기준을 완화해주면서 민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법이 제정된 것도 대형사들이 미니 재건축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대림산업·대우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사내에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빈집 재건축 사업을 위한 전담팀 또는 전담 수주 인력을 배치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주로 200억∼300억원, 커봤자 500억∼1000억원 내외로 사업 규모가 작아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렸으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등으로 대형 재건축 사업이 주춤하면서 최근 이쪽으로 관심을 갖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왠만한 가로주택정비사업에는 대형업체 몇 군데가 동시에 참여할 정도로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공공공사 발주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택시장은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며 “주택업계의 생존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