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한 중견 레미콘 제조업체가 지난 3년간 불량레미콘을 납품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건설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우려는 크게 세 가지이다. 무엇보다 안전에 관한 걱정이 먼저다. 건물 균열이나 자칫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둘째, 불량레미콘인줄 모르고 공사를 한 시공사까지 하자책임을 덤터기 쓸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이러한 불량레미콘 유통이 공사용자재 구매제도의 허점 때문에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특히 이 업체가 연매출 1500억원 수준으로 구리와 파주, 용인 등 경기권 3곳과 세종 1곳 등에 레미콘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 상당량이 공사에 직접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관련 당국은 불량레미콘이 사용된 건물을 철저히 파악해 안전성검사를 하는 것은 물론 하자보수책임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공업체가 불량레미콘인줄도 모르고 시공을 했는데 하자보수책임까지 뒤집어쓸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시공사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도 쉬쉬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광주지법은 배임수재·증재 혐의로 기소된 불량레미콘 납품업체 관계자는 물론 건설사 직원, 현장관리자 등 무려 42명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과 벌금형 등을 각각 선고했다. 시공사 직원들도 타설과정 등에서 불량레미콘임을 알 수도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있다면 시공사들도 반성과 함께 당장 비양심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차제에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달청이 자재가격을 결정하면서 시중가격보다 20%가량 싼 값에 대량 구입하는 관급자재와, 민간 건설업체가 개별 현장별로 구매하는 사급자재에 같은 값을 매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제도’에 기반을 둔 관급자재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자재와 가격구조부터 다르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 지원법’에 따라 레미콘 등 127개 제품이 지정돼 있다. 종합건설업 40억원, 전문건설업 3억원 이상 공사와 품목(제품)별 구매액 4000만원 이상일 때 적용된다. 정부가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사들이기 때문에 가격 인하 요인이 많다. 하지만 이를 중소규모 건설현장에까지 똑같이 적용하다보니 시공사들은 적자를 감수한 채 자재를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감해보겠다는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모든 일이 돈 더 벌어보겠다는 탐욕에서 시작된다. 불량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음식 갖고 장난치면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가짜 휘발유로 차가 망가지면 차량 제작사가 아니라 가짜 휘발유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불량레미콘도 마찬가지다. 불량시멘트 제조사가 일단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건설사, 시공사 역시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국민안전에 관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어떤 논리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