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주택이 충분한가? 해묵은 주제이다. 그러나 집값이 급등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이슈이기도 하다. 늘 시장주의자들은 주택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른다고 진단했고, 해법은 신도시 개발로 이어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주택공급 수단으로써 신도시 개발은 보수정권보다 진보정권일 때 더 많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문재인 정부가 신도시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건 공급부족이 아니고 투기수요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6개월 뒤 정부는 수도권에 대규모 신도시개발계획을 발표한다. 2기 신도시 중 상당부분이 아직 미착공 상태인데 추가로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신도시 개발은 택지개발촉진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단기에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그러나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는 인구감소 등의 영향으로 더 이상 대규모 신축주택 공급정책이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3기 신도시 개발은 공공주택특별법에 근거해 추진될 예정이다. 공공주택특별법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건설사업을 할 경우 임대주택을 50% 이상 짓도록 하고 있다. 3기 신도시는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근데 이게 서울이나 강남 집값을 잡는데 효과가 있을까?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3기 신도시 건설의 목적은 뚜렷하지 않다. 다만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실적을 채우는 데는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신도시 개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 서북부 1, 2기 신도시지역의 반발이 심하다. 수도권 서북벨트는 대량의 아파트 공급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광역교통망이나 산업 기반 없이 집만 지어대는 대표적 지역이다. 

지역주민들이 정부에 분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산의 경우 2기 신도시와 3기 신도시의 공급폭탄에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추가되는 광역교통망 역시 구일산을 섬처럼 만들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산의 주택가격은 서울의 40% 수준이다. 비슷한 처지로 출발했던 분당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부분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가구들에게 정부가 투하하는 공급폭탄에 의한 집값 하락은 재앙 수준일 것이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3기 신도시개발 예정지의 90%가 그린벨트 지역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정책과도 상충된다. 도심과 외곽신도시가 인구경쟁을 하게 되면 외곽 신도시가 백전백패이다. 선진국 도시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새로운 도시의 위기’는 바로 교외지역의 쇠퇴 위기이다.

인구와 산업구조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공간정책은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 비단 신도시뿐만이 아니다. 시장에 대한 몰이해와 기업을 약탈자로 규정하는 이념적 시각이 시장의 기능을 점점 말살 시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한국의 주택정책은 20년쯤 후퇴다. /자유한국당 의원(교육위,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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