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건설투자를 확대해야 할 시점에 정부 예산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경제가 점점 중병에 빠지고 있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SOC(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어느 선까지는 늘려야 한다는 진단은 수도 없이 나왔다. 생문(生門)이 보이는데도 계속 사문(死門)으로 가려는 형국이다.  내년도 건설부분 SOC예산정책이 그러하다.

지난달 정부 각 부처가 요구한 분야별 내년 예산안을 보면 총 예산안은 올해보다 6.2% 증가한 약 500조원이다. 하지만 SOC분야는 올해보다 8.6% 감소한 18조1000억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올해 SOC예산 19조8000억원이 작년(19조)과 비슷한 수준인 것을 제외하면 2015년 26조1000억원에서 2016년 23조7000억원, 2017년 22조1000억원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선진국에 접어들면 건설투자도 점차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건설투자도 한계에 이르러 역(逆)U자형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1인 소득이 증가해도 건설투자는 일정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연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국가 재정운용계획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 건설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들도 있다. 하지만 노후 시설물 증가에 따른 유지보수 시장이 늘고 있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교육·문화·의료 등 사회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AI(인공지능) 시대를 맞은 건설 융·복합이나 기술혁신에 따른 새로운 수요의 증가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당장의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 남북관계 발전에 따른 남북협력 등의 요소까지 고려하면 건설투자를 오히려 늘려야하는 이유가 훨씬 더 많다.

마침 국회는 이런 사정을 알기라도 하는 듯 여야 모두 건설업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15일 국회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 산업 주체들이 함께 모여 ‘공공건설 상생협력 협약식’을 개최한다. ‘공정·상생·성장’을 기치로 공공건설 정상화를 이루자는 이런 선언도 기본적인 SOC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 9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중소기업중앙회 소속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업계 현안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15일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중기중앙회에서 비슷한 취지의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자유한국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건설단체 대표들이 국회에 모여 ‘국토건설업계 정책·현안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정부 예산안을 최종 심의·확정하는 곳이다. 할 일이 태산인 국회가 건설업계를 상대로 왜 이러겠는가. 무엇보다 건설업계의 물량감소와 잘못된 관행 등 애로사항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산안 확정이 한달 보름 남짓 남았다. 국민경제와 건설업계 현실, 전문가들 의견,  국회 상황 등을 잘 고려해 내년 SOC예산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그 SOC는 곧 ‘모두가 사는 길’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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