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법 적용 안되는 부당특약 등으로 대금 삭감·공사타절 등 횡포 잦아

“해외건설공사에서의 각종 불법·불공정 갑질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29년간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해 온 박모씨가 해외건설공사 현장에서 당한 종합건설업체의 갑질로 업체가 도산하자 정부 신문고에 하소연한 내용 중 일부다.

국내 대형종합건설업체들은 지난해에만 300억 달러가 넘는 해외건설 수주액을 달성하며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제3국에서의 이같은 하도급 갑질은 오히려 늘고, 음성화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해외공사 피해경험이 있는 업체들 주장을 종합해 보면, 종합건설업체들은 △해외법인을 둔 업체를 선정하거나 △추후 지속적인 물량을 미끼로 해외법인 설립을 유도한 후 계약하고 △분쟁시 소송은 3국에서 한다는 부당특약을 담는 등의 수법으로 갑질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래 관련기사 참고

해외에 법인을 둔 하도급 업체의 경우 불법·불공정 행위를 당해도 하도급법 등 국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과 하도급업체의 경우 법무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제3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부분을 악용한 갑질이라는 게 피해 업체들의 설명이다.

국내 굴지의 대형종합업체인 ㄱ사를 따라 2015년 해외법인 자격으로 동남아시장에 진출했던 A전문건설업체는 현지사정으로 공사가 지연되자 인력을 늘리고 돌관공사를 진행하라는 지시를 따랐다가 설계변경 거부, 기성미지급, 공사타절 등의 갑질을 당해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사건을 제소했지만 “해외법인은 국내법으로 다룰 수 없다”는 답만 듣고 사건은 종결 처리됐다.

B전문건설업체는 ㄴ대형종합업체의 해외공사에 참여했다가 10여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공사 대금을 부당하게 삭감당하고 현장에서도 쫓겨났지만 ‘분쟁시 제3국에서 소송을 한다’라는 부당특약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해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해외현장에서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업체들이 최근 늘고 있지만 민사소송 외에는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어 하도급업체들의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보윤 법률사무소 공정 대표변호사는 “민사를 통해 공사대금을 받고, 하도급법을 끌어들여 위법을 밝혀내는 방법 밖에 없지만 해외에서 피해를 당한 업체가 민사까지 가서 싸우기가 쉽지 않다는 걸 종합업체가 잘 알고 있어 동일한 피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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