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지난달부터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 중단을 선언했던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최근 회원사로부터 이 약속을 어길 경우 위약금을 물겠다는 이행각서까지 받았다고 한다. 월례비 지급중단은 물론 초과근무수당(OT)이나 조출수당 등도 철콘업계가 정해놓은 금액보다 더 주면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건설현장의 오랜 악습인 타워크레인 기사에 대한 월례비 관행을 이참에 뿌리뽑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타워크레인은 아파트·빌딩 등 고층 건축물의 골조를 올리는 일을 하는 필수 핵심장비이다. 특수 기술이 필요한 만큼 조종사들은 그에 합당한 급여를 받는다.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급여 외에 하도급업체로부터 매달 챙겨받는 이른바 ‘상납금’이자 ‘가욋돈’이다. 일을 빨리 해달라는 급행료로 여겨지기도 했다.

과거 건설현장에서 담뱃값·간식비 명목으로 주기 시작한 일종의 수고비가 점점 불어나고 관행화돼 월례비로 굳어졌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조종사 한 사람당 매월 250만~500만원의 월례비가 지급돼 왔다. 월급 외의 가욋돈이다 보니 급여와 OT 등을 합해 월수입이 1000만원에 이른다는 의미로 ‘월천(月千)기사’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일부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불어나는 소득세 등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족 등 타인 명의의 계좌로 월례비를 받기도 한다. 월례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협박을 하거나 태업을 하기도 한다. 타워크레인 없이는 고층 건물공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꽃보직’의 전권은 타워크레인 노조가 좌지우지한다. 작업 할당과 순번을 모두 노조가 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철콘업체들이 참다못해 들고 일어났다. 지난달부터 월례비 지급 중단을 선언한데 이어 이 약속을 어기는 업체는 적지 않은 벌금을 물겠다는 이행각서까지 쓰기에 이른 것이다.

아무리 노조가 힘이 세지고 권력화했다고 하지만 금도(襟度)가 있어야 한다. 노동인권을 내세워 우리 사회의 공공선과 정의를 무너뜨리는 이익추구에만 골몰해서는 안된다. 그런 행위는 이기적 탐욕에 다름 아니다.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발달로 대형 타워크레인을 대체할 무인 소형 타워크레인도 등장했다. 끝까지 상납금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악습에 안주하려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행동은 철콘업체들의 반발을 더욱 거세게 하는 것은 물론 무인 신기술의 발달을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제집 짓듯이 정성을 다해 작업에 앞장서는가 하면 “가끔 줄 내려보낼테니 시원한 물이나 올려보내달라”는 담백한 주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진짜로 월급도 좀 더 올려주고 간식비, 음료비라도 더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법적 근거도 없는 폐습을 걷어내자는데 반대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어차피 가야할 대세이기도 하다.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악습을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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