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윤 변호사의 하도급분쟁 상담소 (22)

하도급업체 A사는 원도급업체 B사로부터 철콘공사를 하도급 받아 수행했다. A사는 공사대금 중 미지급금 7억원을 요청하였으나 B사는 자신들도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대로 못 받고 있고, 공사한 범위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대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자금사정이 악화된 A사가 재차 하소연하자 B사는 다른 현장의 공사도 줄 듯 하면서 공사대금을 4억원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운영자금까지 빌리러 다니는 형국에 다른 현장의 일감도 준다고 하니 A사는 합의했다. 하지만 준다던 다른 현장의 일감도 주지 않을뿐더러 4억원의 공사대금마저도 절반은 어음으로 줬다.

이 경우 A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합의서를 무효라고 주장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계약상의 법리로 주장하는 방법과 하도급법상의 법리로 주장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민법 제104(불공정한 법률행위)의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에 따라 A사가 자금압박 등 궁박한 상황에서 경솔하게 합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판례는 민법상의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되려면 가난하거나 나이가 어려 객관적으로 경솔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징표를 전제로 판단하고 있으므로 쉽사리 이 규정에 의해 합의서를 무효를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도급법의 세계에 들어오면 논지가 달라진다. 하도급업자가 합의 과정에서 의사표시의 자율성을 제약받지 아니한 상태였는지 여부, 절차 및 방식 등에 있어 실질적으로 상호 협의를 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도급업자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일 경우에는 합의서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 역시 하도급법위반에 따른 불법행위의 한 행태로 보고 있다(서울고법 2016.10.19.선고2016누201판결).

따라서, A업체의 경우 하도급법위반에 따른 불법행위로 공사대금에 준하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미지급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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