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근절을 위해 도입한 벌점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합동 부패예방 감시단이 주요 공공기관의 지난 3년간(2015년 1월~2018년 8월) 부실시공 벌점 부과 및 심의자료 986건을 점검한 결과 총 156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는 최근의 발표가 이를 말해준다. 자료에 의하면 벌점을 아예 부과하지 않거나(78건), 부과하더라도 기준보다 낮은 점수를 주는(77건) 식이다. 벌점을 부과하고도 관리기관에 통보조차 해주지 않은 사안도 1건 적발됐다. 각각 개별법에 근거를 둔 전기·통신 분야의 경우 부실시공 벌점제도가 아예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시공 벌점의 산정방식도 큰 문제점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은 벌점을 받더라도 누계벌점 계산상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반면 중소건설업체들만 벌점으로 인한 제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건설공사에서 일반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실시공이다.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한 규제가 부실시공 벌점제다. 즉, 최근 4반기(2년) 동안의 누적 부실벌점에 따라 입찰자격 사전심사(PQ) 때 감점을 하거나 입찰참가 및 선분양 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다.

문제는 벌점 산정방식이다. 해당 제재는 누계벌점이 최소 1점 이상일 때부터 적용되는데, 부실공사로 수차례 적발되더라도 산정방식 상 누계벌점은 1점 미만에 그치게 된다. 누적 벌점을 각 반기별 평균벌점으로 환산해 합한 뒤 다시 2분의 1로 나누어 소수점 단위까지 낮아지게 된다. 또 누적벌점을 점검 현장 수 및 공동 도급 지분율로 나누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현장을 운영하는 대형건설사들은 벌점 부과 현장과 전체현장과의 비율만 잘 관리하면 벌점을 1점 미만으로 충분히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중 한 곳만 뺀 9곳이 최대 13차례나 벌점을 받고도 누계벌점은 1점을 넘지 않아 모두 무사히 넘어갔다. 부실시공 적발 내용 중에는 구조물 균열과 토사붕괴와 같은 중대 사안도 포함됐다. 반면 같은 기간 부실시공 누계벌점이 1점을 넘어 제재대상이 된 178개 업체는 대부분 중소건설사들이었다. 대형 건설사들은 요리조리 다 빠져나가고 중소건설사만 그물망에 걸린 것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산업과 경제의 원활한 흐름을 막는 걸림돌이다. 하지만 안보와 안전, 국민 생명 등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최소한의 규제가 필수적이다. 건설 산업 역시 국가경제와 국민 삶과 직결된 주요 기반 산업인 만큼 일정한 규제가 불가피하다. 하물며 국민안전과 직결된 부실시공을 막는 일에는 말할 나위가 없다.

다행히 정부도 부실공사 벌점제도 부실운영 실태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로 하고, 허술한 벌점 산정방식에 대해서도 용역 등을 통해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실시공 방지는 건설사, 정부 모두가 스스로 채우는 족쇄일 수밖에 없다. 기왕 채우는 거 확실히 해서 부실시공 추방에 앞장서도록 하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