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로 유명한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프랑스 혁명가)는 “모든 프랑스 아이들은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면서 우윳값을 반값으로 내리도록 지시했다. 프랑스 혁명 직후 급진적 사회 개혁 과정에서 이반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낙농업자들은 수지에 맞지 않는 우유를 판매하는 대신 젖소를 팔아 고기값으로 수익을 충당했고, 이는 로베스피에르의 의도와 반대로 우윳값이 폭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우유는 암시장에서만 비싸게 살 수 있는 부자만의 식료품이 돼 오히려 서민의 목을 조르는 결과를 불러왔다.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로베스피에르의 우유’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하 공사)의 ‘분양보증’ 독점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는 주택사업자가 주택의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선분양을 하려면 공사 또는 보증보험회사로부터 분양보증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2008년 해당 규정이 도입된 이후 국토교통부가 분양보증기관 지정을 계속 미루고 있어 공사가 독점적으로 분양보증 업무를 수행중이다. 이로 인해 공사가 독점적 권한을 이용해 고분양가 혹은 기타 기준을 이유로 들어 분양보증을 거절하거나 보증서 발급을 중단하는 등 주택분양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분양보증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6월부터는 분양보증 기준이 강화되었다. 강화된 제도의 골자는 서울을 비롯한 39곳의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보증을 받으려면 기존 주택의 주변시세를 넘어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증을 받으려는 지역 주변에 최근 1년 이내 분양된 아파트가 있다면 평균 분양가 이하로 신규 분양가를 산정해야 하며, 1년 이상인 아파트만 있는 경우 최대 5%의 시세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통제로 인해, 민간 건설업계는 고통을 호소하다 못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택 공급업체는 선분양제 대신 후분양제를 택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분양된 아파트는 2017년 40,564호에서 2018년 21,538호로 급감했다. 불과 1년 만에 반토막 나다시피 한 것이다. 주택수요자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이다. 분양보증 수행의 과도한 독점 권한을 막을 복수의 보증기관은 필수적이다. 합리적 시장 경쟁을 통해 분양보증수수료를 적정 수준으로 설정하고 사업주체에게 보증기관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로베스피에르의 우유를 반면교사로 삼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통제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국토교통위원회, 경북 김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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