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후배는 수년 전부터 서울 강남구에서 전세살이 하는 이유를 이렇게 요약했다. 후배의 강남 전세살이 목표는 선명했다. 자녀교육 등을 위한 ‘강남 시민권’을 얻는 것이었다. 시민권은 강남에서 번듯한 집, 아파트를 소유해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강남이 다시 ‘핫’해졌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10월까지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확대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다.

물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계획이 단순 엄포일 수 있다. 강력한 시그널을 시장에 날려 일단 최근 다시 불안해진 서울의 집값을 옥죄는 게 목적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시행될 것으로 본다. 다만, 그 부작용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먼저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꽁꽁 얼어붙게 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 물량을 줄여 집값을 더 뛰게 하는 악순환이라는 필연으로 귀결된다. 재건축·재개발이 묶인다고 집값이 주춤할지도 의문이다. 벌써 준공 5년 내 신축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서울 한강변 랜드마크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가 3.3㎡당 9208만원 수준에서 매매돼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쪽 틀어쥔 틈을 타 저쪽이 부풀어 오르는데 이게 무슨 꼴인가 싶다.

분양가 상한제로 시세보다 싼 아파트가 나오면 그 집은 또 누가 갖게 될까. ‘로또 아파트’는 서민의 몫이 아니라는 게 이미 여러 군데서 검증됐다. 은행 창구까지 사실상 닫아버려 돈 빌리기 힘든 서민보다는 현금 많은 부유층이 로또까지 꿰찰 가능성이 더 커졌다.

집값을 단순한 집값으로만 보려는 현 정부의 시각도 문제다. 서울 강남은 단순히 부동산 투자 때문이 아니라 학군·문화·교통·복지 등의 여러 이유로 끊임없이 수요가 발생하는 곳이다. 다분히 한국적인 특수성이 가미된 복합적인 현상이 국민의 ‘강남앓이’를 낳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는 어떻게든 손쉬운 방법으로 집값만 잡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또 서울 인접 외곽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니, 그쪽으로 눈을 돌리라고 현혹한다. 하지만 국민은 현명하다. 그들은 지긋이 강남 입성 기회를 기다린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가 강남대기 수요를 더 가중해 전세금까지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예상되는 부작용을 잘 들어 알면서도 정부·여당이 이를 밀어붙이는 까닭은 뭘까. 내년 총선 때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날뛰는 집값을 그냥 두라는 건 절대 아니다. 지금이라도 시장 친화적인 방법을 찾아내 집값을 안정시키라는 얘기다. 그럴 의지나 능력이 없으면 그냥 시장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것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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