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울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을 살펴보니 부식된 앵글에 작업로프를 묶고 일을 하다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손돼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안전관리자도, 수직구명줄도 없었다. 2인1조 작업이 원칙이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외벽 도색작업 근로자의 사망사고는 올해만 6건이 발생했다. 서울·부산·울산·세종·대구·대전 등 사고는 특정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31명의 근로자가 외벽 도색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건물 외벽청소, 수선작업 중 숨진 근로자를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외벽 도색작업은 보통 건물 높은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도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작업 전 철저한 안전장비 점검과 착용 여부 확인은 필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추락사망자의 95.5%는 수직구명줄을 설치하지 않아 사망했다.

지도점검에 나서야 할 고용부는 외벽 도색작업이 비교적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지도감독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외벽 도색작업과 관련한 별도의 신고나 허가절차도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문제가 정부의 관심 밖에 있다는 방증이다. 연간 10명 내외의 사망자 발생은 큰일이 아니라고 보는 것일까?

외벽 도색작업 사망자의 64%는 아파트 도색작업 중 발생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단지 수는 1만6502개, 동 기준으로는 11만7826개에 달한다. 평균 6년에 한 번꼴로 외벽 도색작업이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6년에 한 번 꼴로 11만 개소의 추락사고 위험현장이 새로 생겨나는 셈이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도장사업자 선정 시 최저가 입찰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도 하청과 재하청이 이뤄져 결국 영세 사업자가 초저가로 공사를 수주해 진행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고, 이 때문에 일자리가 꼭 필요한 취약계층의 진입이 늘었다. 올해 사망한 작업자 6명의 연령은 적게는 57세에서 많게는 70세까지 분포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최저가 입찰방식이 아니라 적정한 공사대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하고 하청과 재하청이 반복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또 도색작업과 관련된 사항을 기록하도록 하고 작업 전 또는 그 후로 고용부에 신고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안전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작업자에 대한 안전교육 실시, 안전장비 확인 및 사용실태 점검, 적격사업자 여부 확인이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

그 누구도 목숨 걸고 일하고 싶지 않다. 관련 제도들을 손질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안전을 위한 노력을 ‘비용’으로만 인식한다면 지금과 같은 참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환경노동위원회, 경기 의왕시과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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