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양회 173개 현장 납품 불구 정부 “법미비” 행정처벌도 안해

불량레미콘이 아파트 공사현장 등에 유입돼도 레미콘업체에 하자보수 책임 등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건설사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최근 전국 건설현장에 불량레미콘을 납품해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진 성신양회가 정부 차원의 행정처분은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계기로 부실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성신양회는 시멘트 배합량 기준에 미달하는 불량 레미콘을 만들어 전국 173개 건설현장에 납품, 900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불량레미콘이 어느 현장에 어느 정도 양이 공급됐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불량레미콘으로 인해 안전문제와 하자보수 책임 소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해당 업체를 처벌할 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별다른 행정 처분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건설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제도에선 제재할 수 있는 방안도, 하자발생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도 없어 보인다”며 “추후 업체나 입주민 차원에서 구상권 청구 등을 방법으로 보상을 받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기술표준원에서 레미콘 품질이 불량하다고 판정될 경우 한국산업규격(KS) 인증 등을 취소시킬 순 있을 것”이라며 “이는 업체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량레미콘이 유입된 현장이 어딘지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알려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업체 차원에서 대응하라는 거냐”며 “특히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드는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피해 보상을 받으라는 말은 그냥 손해를 떠안으라는 말로 밖에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했다.

또다른 업계 한 관계자도 “현장에서 실시하는 간이 조사로 불량레미콘을 가려내긴 쉽지 않아 리스크를 건설회사들이 항상 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기회에 제도를 손봐 제대로 처벌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불량레미콘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실시한 ‘2018년도 레미콘·아스콘 정기점검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에만 공공기관에 납품한 레미콘·아스콘 생산공장 3667곳 중 1500여 곳에서 품질관리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민간 납품 업체까지 더해지면 품질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타의든 실수든 골재선별이나 배합 등 제조과정에서 제조사 문제로 언제든 불량품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게 콘크리트”라며 “정부가 그동안 모든 책임을 시공사에게 떠넘겼던 부분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제조사에도  하자책임 등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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