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검’은 실제 쓰지 않을 때 더 가치가 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쓸 때는 그만큼 사정이 위중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전가의 보도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다. 되도록 쓰지 않아야 할 정책 수단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 비판하는 ‘규제를 위한 규제’, ‘엄포성 정책’이 아니라 10월에 시행에 들어가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파장을 보려면 12년 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7년 9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그것이다. 당시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가리키는 ‘버블세븐(서울 강남 3구 등 7개 지역)’이 나오는 등 수도권 주요지역 거품 논란이 거센 시기였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강수’에도 버블세븐 집값은 내려가지 않았다. 한국 경제 전체 흐름이 나쁘지 않은 데다 집값 오름세에 참여한 투자 수요 등 ‘가수요’가 원인이었다. 부동산 시장에 충격은 주었지만 급등하는 집값을 제어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핵심으로 한 부동산 규제는 위력을 발휘했다. 서울 집값은 2009년 이후 4~5년간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면서 ‘거품 붕괴’를 가져왔고, 수많은 하우스 푸어(집 있는 가난한 이들)가 생겨났다. 당시에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시행·시공사들이 고급주택 수요에도 부응하지 못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10월 이후 한국 경제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기상황이 될 수 있다. 악화일로의 세계 경기 침체와 한·일 경제 보복전쟁으로 볼 때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도 2%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만 놓고 볼 때도 상황이 좋지 않다. 주택경기가 지난 5년 상승 후 하향 변곡점에 있고, 켜켜이 쌓인 부동산 규제 위에 다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덮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동산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들도 곧 다가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경기 침체와 맞물릴 때 일어날 파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시경제 전문가들도 한국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돼 전체 부동산 시장이 ‘동반 침체’로 갈 우려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부동산 컨설팅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학군 수요, 지방 재력가의 강남권 주택 매수 등 집값 등락과 관계없는 수요가 꾸준해 매매가 자유로운 아파트는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이바지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서울 등 주요지역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정부 부동산 정책은 우선 시장 안정에 방점이 있다. 과도한 집값 오름세를 차단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 마련을 더 쉽게 해 국민 주거안정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는 시기에 일반 투자자들은 ‘시장 흐름에 따라가기’보다 정부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더구나 한국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가 꾸러미로 맞물린 지금은 내 집 마련이나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단기간의 투자 이익에 집착하다가는 예상보다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만큼 혜안(慧眼)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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