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정부는 6조원 후반대 규모의 추경안을 오는 25일 국무회의에서 확정,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상황은 추경 편성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기획재정부부터 당장의 경제 전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2일 내놓은 ‘그린북’ 4월호에서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및 반도체 업황 부진 등 대외 여건 악화에 따라 하방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경제 동향’ 보고서인 그린북 3월호에는 “연초 산업활동 및 경제심리 지표 개선 등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적었던 기재부다.

기재부가 그린북에서 불과 한 달 만에 ‘긍정적 모멘텀’을 삭제하고 그 자리에 ‘부진’을 적어 넣은 것은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 불확실한 해외 요인의 상존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흐름의 부진 등의 이유 때문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해외의 불확실성과 국내 실물지표의 부진을 덮기에는 태부족인 상황이다.

지난 2월 주요 산업활동 지표를 살펴보면 생산의 경우 광공업 -2.6%, 서비스업 -1.1%, 건설업 -4.6% 등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출 성적도 줄줄이 마이너스다. 소매판매는 올 1월 0.1% 증가했으나 2월에는 ?0.5%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1월 1.9% 증가에서 2월에는 -10.4%나 쪼그라들었고, 건설투자도 2월에 -4.6%나 내림세를 보였다.

이러다 보니 올 1·4분기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발표될 한국은행의 올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서도 밝은 전망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번 추경안은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데에 주안점을 둔 것 같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6조원대로 잡아놓은 추경안에 미세먼지 대응 예산 2조원, 산업·고용위기대응특별지역(산업위기지역) 재지정에 따르는 예산 1조원 등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7년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이었던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책정된 포항 주민 대상 정부 지원금도 추경 예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감안하면 경기 대응 목적 예산은 2조원 전후다. 추경을 해봐야 경기진작 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진 것이다.

이번 추경안은 IMF의 권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의 올해 성장률을 모두 낮춰 발표했던 IMF는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성장률을 지난해 10월 제시했던 2.6%를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올해 경상GDP(국내총생산)의 0.5% 규모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9조원 안팎의 추경을 편성한다는 전제하에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IMF의 고위 관계자는 추경을 편성하되 잠재성장률 제고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추경을 일시적 단기적 효과를 거두는데 사용하지 말고 경제 전체의 구조조정에 투입해야 한다는 충고다. 이번 추경은 규모는 물론 방향에서도 경제 활력 제고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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