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구의동 강변테크노마트 5층 약 10.9㎡짜리 점포가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0원’으로 시장에 나왔다. 동서울 강변 고속버스터미널과 인접한 노른자위 상권에서도 월세 없는 매물이 나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점포뿐만이 아니다. 서울 도심과 강남, 여의도 등 3대 상권에도 B급 구축빌딩 오피스 공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 뜨고 있는 공유오피스가 아니었다면 프라임 빌딩의 오피스 공실률도 10%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상가와 오피스의 공실이 점점 가속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성장으로 오프라인 상가의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재택근무 등 탄력근로제가 늘어나면서 대기업의 전용업무 공간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한국은 물론 동남아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가장 급성장하는 부동산 개발분야는 단연 창고업이다. 글로벌 부동산 개발사와 사모펀드가 대도시 외곽에 첨단기술 기반의 초대형 물류창고를 짓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돼가고 있다. 대도시 주민들에게 ‘익일배송’을 넘어 ‘새벽배송’을 가능케 하려면, 도심 외곽에 어마어마한 물류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생산성 제고를 위해 일하는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의 유니레버는 집이나 카페, 도서관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건 하루 7시간35분만 일하면 되는 ‘WAA(Work from Anywhere and Anytime)’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토요타는 5년차 이상의 사무직과 개발직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본사 임직원의 35%인 2만5000명이 재택근무제 대상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지식기반 기술기업들은 녹지 속에 낮고 널찍한 캠퍼스 스타일의 사옥을 짓고 있다. 소위 그라운드 스크래퍼(Ground-scrapper) 빌딩인데, 하늘로 높이 치솟은 스카이 스크래퍼(sky-scrapper)와 대조된다. 젊은 인재들이 탁 트인 공간에서 직급과 부서의 장벽 없이 편하게 소통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키워야 한다는 발상에서다.

이런 도도한 흐름은 지식산업이라는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다. 공업화를 거치면서 환경오염 물질을 쏟아내는 공장과 주거지역을 떼어놓는 직주분리가 본격화됐다. 지식산업시대로 이행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와 주거는 직주근접을 넘어 직주합체로 가고 있다. 사무실과 상점이 사라지고, 출퇴근이 소멸하는 시대가 온다면 지금 도시들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오피스와 상가, 주거 등 기존 도시의 인프라는 생각보다 급하게 ‘낡은 것’이 될 수 있다. 기존 사고에 갇혀 도시정책을 세우고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서는 안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 시대에,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도시 플랫폼을 만들어내야 한다. 미래는 도시가 나라를 먹여살리는 시대다. /매일경제신문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