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칼럼

‘역대 최강’ 부동산 규제책이라고 불린 9·13 대책이 시행 1년을 넘겼다. 그런데 그 9·13 대책의 1년 성적표가 형편없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는가 싶던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7~8월 들어 서울 집값의 회복세가 완연했다. 이제 서울에선 9·13 대책 이전 수준으로 집값이 돌아간 곳이 늘었고, 아예 신(新) 고가를 찍은 곳이 속출한다. 주택거래는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까지 쪼그라들었다.

허술한 정부 대응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9월23일 입법예고를 마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가 특히 그랬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시장 규제의 ‘끝판왕’으로 불렸다. 그래서 이 마지막 카드는 임기 내내 집값과의 ‘전쟁’을 치렀던 참여정부도 실제 적용을 주저했던 것이다.

이런 무게감을 가진 정책의 시행시기를 두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기 싸움하는 모양새가 수차례 노출됐다. 국민은 그래서 도대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다는 소리인지 안 한다는 소리인지, 한다면 언제부터 하겠다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게 돼 버렸다. 결국 재건축과 신축 아파트값이 무섭게 올랐다. 부처 간 혼선이 시장에 역풍을 부른 꼴이다.

최근에는 법무부가 한 수 거들었다. 법무부와 여당은 현재 기본 2년인 전·월세 계약 기간을 사실상 4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전월세 계약 기간을 늘리면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편에선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우선, 임대차 계약 청구권이 강화되면 집주인들이 어떻게 나올 지부터가 뻔하다. 집주인이 미리 전월세 인상분을 받으려 해 일시적으로 임대료가 올라갈 것이다. 전세금 등 임대료가 오르면 이는 또 집값을 밀어 올린다. 그러면 또 그 집값에 맞춰 전세금이 오른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그동안 수차례 거론된 이 법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분양가상한제 사태처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도 법무부가 국토부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추진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일각에선 두 장관 중에 조국 법무부 장관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보다 더 ‘실세’여서 가능한 일이었다는 소리도 들렸다. 설마 그랬겠느냐만 현 정부의 정책 입안 과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정도로 알아들으면 되겠다.

결과적으로, 이런저런 상황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아파트값은 잡지도 못하고 관련 경기만 침체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주택시장이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고려해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텐데, 그동안 보아 온 이 정권의 직진본능이 그럴 것 같지 않아 더 걱정이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라고까지 했겠는가. “우리 경제는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들의 외침은 그저 억지, 생떼에 불과한 것인가. 국정 최고 책임자의 비현실적인 상황 인식은 없던 위기도 부른다.

주택시장 침체가 심화하면 하우스푸어 증가, 건설업체 부도, 일자리 감소 및 금융회사 부실 등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막대해진다. 위기를 향해 치닫는 한국호의 방향타를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할 때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