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工期)를 위해 정부 각 부처가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니 우선 반가운 일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공공건설공사의 공사기간 산정기준’을 훈령으로 마련한데 이어 적정 공기를 보장하는 공기산정기준을 법제화하기 위한 TF를 가동하고 있다. 국토부는 또 지난 8월 ‘건설산업 활력제고방안’을 통해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 보장을 위한 26개 규제 개선 과제를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이는 앞서 김현미 국토부장관 및 공공발주기관 사장과 대한전문건설협회(회장 김영윤) 등 건설 관련 단체장들이 함께 다짐한 ‘건설산업 상생협력 TF 선언식’에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5일 여당과의 당정협의회를 통해 충분한 공사준비기간 확보 등의 방안을 포함한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말까지 ‘공사계약 일반조건’ 및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 등을 개정할 계획이다. 조달청도 이달부터 공기 산출의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는 발주기관들을 상대로 적정 공기를 산정해주는 맞춤형서비스 사업을 해주기로 했다. 예컨대 발주기관의 설계적정성 검토 때 시공계획 수립 등 관련 업무를 10년 이상 수행한 공정관리 전문가를 투입해 적정 공기가 산정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는 건설공사의 핵심이다. 멀리 둘러갈 것 없이 핵심을 파악하는 것부터가 잘 하는 일이고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건설공사를 발주하면서 무조건 ‘깎는 게 좋은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 위험한 발상이다. 예산낭비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공사비를 무리하게 삭감해 건설업체를 궁박하게 하고 공사품질도 떨어뜨린다면 더 큰 문제이다. 공사계약에 시중노임단가 이상의 임금을 지급토록 하자는 적정임금제 시범사업도 적정 공사비가 전제돼야 앞뒤가 맞는다.

공기 문제는 또 어떤가. 건설공사만큼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작업환경도 없다. 태풍, 혹한, 폭염, 미세먼지 등 날씨 변수 때문에 공기 맞추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더욱이 현행 ‘공기 산정기준’에는 건축공사의 준비기간과 작업일수, 표준작업량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공공건축 사업에 대한 공기 산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이다. 내년부터 확대되는 주 52시간제 근무도 공기 지연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공사비를 제대로 안주면서 빨리 끝내라고 독촉해서 나오는 결과물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다.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는 공사안전은 물론 건축물 품질, 청년 일자리, 불법 외국인근로자문제, 경기 활성화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같은 정부의 다양한 노력과 진정성의 결과가 전체 건설인들에게 미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제 아무리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를 보장해준다 한들 그 혜택이 하도급업체들에게까지 전해지지 않고 원도급 차원에서만 그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부가 기왕에 아픈 곳 어루만져 주려고 나선 이상 제대로 하고, 그 결과물은 하도급업체들에게까지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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