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산업은 ‘거칠다’는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멋지다’거나 ‘웅장하다’는 이미지도 떠오르지만 부정부패의 이미지도 여전하다. 대규모 4대강 사업의 후유증으로 인해 2014~2015년 건설업계는 물론 관련 학계에서도 대대적인 건설 산업 이미지와 문화 쇄신의 노력과 연구를 펼쳤다. 건설 산업은 세련되지 못하다는 낙인을 발근(拔根)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캠페인이나 결연한 결의대회도 필요하지만 건설 수요자와 공감하는 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이 본질적이다.

카페에서 서너 시간을 속삭인 후에도 휴대전화로 또 교감해야 하는 청춘남녀는 머리카락 몇 가닥, 셔츠 실밥 몇 올, 한순간 커피 맛의 변화에도 세심한 반응을 공유한다. 한강변을 산책하는 노부부는 한 마디 말없이 손잡고 걷다가 걸터앉았다가 돌아와도 언어를 넘어선 친밀감을 간직한다. 소통 방식과 공감 정도는 각자 다르지만 상호관계는 지속가능한 공존의 필수적 요소다.

바다새우의 가느다란 수염은 몸통보다 더 길다. 물의 흐름과 먹이의 움직임을 자기 몸놀림보다 먼저 감지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 산업의 감성지수는 얼마가 될까? 외부 시장 환경과 내부 경쟁 역량에 대한 탐지력과 민감도를 얼마나 발휘하고 있을까?

최근 동유럽 크로아티아 해안도로를 종단하면서 놀란 점이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 800여km를 운전하면서 아스콘 도로가 땜질된 곳은 한 군데도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와의 사계절 기온과 강수량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경부고속도로의 노면과는 현격한 이질감을 확인했다. 이 나라의 인구는 약 400만명에 불과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된다. 이달 초 강원도 강릉 해변의 한 5성급 호텔에서 샤워 후 가장자리에 물이 고여 배수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다. 최근 깔끔하게 실내수리를 한 것처럼 보이는데,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마감 디테일에 둔감한 것으로 판단됐다.

건설 산업이 디지털경제(4차 산업혁명) 체계에 편승하면서 응용기술을 범용화 하는 것도 필수적이지만 바다거북이 수면 위로 규칙적으로 숨쉬기를 하듯이 수요자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일도 생존의 일상화가 돼야 한다. 건설 산업은 시설물의 덩치에 자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큰 덩치를 작동시키는 신진대사의 세밀한 기능들을 혁신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먼저, 건설 산업은 안전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부실시공은 눈에 띄는 법규 위반보다는 은폐할 수 있는 편법 시공 유혹의 영향이 크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근로자의 부주의 외에도 기존 관행에 익숙해진 의사결정 방식과 시공 방식의 문제도 있고, 불합리한 공기와 예산 절감 독촉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국민이 시설물의 안전성 향상을 감지할 수 있도록 발주자와 기업과 근로자가 세심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환경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건설 개발과 환경 훼손은 인과관계라는 편향된 프레임을 타파하고 어느 산업 못지않게 환경 보호적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의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있음을 발주자와 국민이 인지할 수 있도록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테면 건설환경지수를 개발해 자연적인 환경 파괴의 방지, 환경 접근성 제고, 에너지와 자재 절감, 폐자재 재활용, 토양과 수자원의 복원력 강화 등의 건설 활동을 지속적으로 세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적, 문화적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은 오래된 숙제다. 소비자는 전자제품의 곡선과 무게, 색상의 미미한 차이에도 디자인의 승리를 환호한다. 발주자가 품질의 논리보다 가격의 논리에 더 민감할수록 시설물의 미적, 문화적 감수성은 조악해질 수밖에 없다. 주어진 예정가격으로 건설할 때도 있지만 창의적인 시설물로 가격을 정하는 방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건설 산업은 소비자의 미적, 문화적 기대감과 촉감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잔잔한 혁신의 더듬이를 곤두세워야 한다. 

바다거북이가 수면을 통해 숨을 들이쉬듯이 사람은 자연적 문화적 공간을 통해 들숨을 쉰다. 건설 산업이 사람에게 다가가고 환경을 이끌어주면서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는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