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칼럼] 한국보다 가혹한 미국의 주택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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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칼럼] 한국보다 가혹한 미국의 주택보유세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승인 2019.10.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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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주리주로 연수 온 지 석 달 만에 ‘대궐’ 같은 집을 방문했다.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이 집은 정문에서 보면 단층이지만 뒤로 돌아가서 보면 2층이었다. 주방과 거실이 따로 분리돼 있고 방도 여러 개라고 했다. 지하에 마련된 서재는 훤하게 트여서 ‘운동장’ 같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정도였다. 실건평은 100평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꿈꾸기도 어려운 이 집의 가격은 얼마일까, 답을 듣고는 깜짝 놀랬다. 35만 달러라고 했기 때문이다. 원화로 4억2000만원쯤 된다. 

미국의 주택가격을 하나로 말하기는 힘들다. 원체 넓은 나라인데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 격차가 커 주택 가격이 천양지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미국에서는 집으로 돈버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높게 나왔던 거시지표와 달리 2008년 이후 임금상승이 정체되면서 집에 대한 구매력이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로 모기지론에 환상이 무너지면서 빚내서 집사는 것을 꺼리는 심리가 많다. 여기에다 세율도 높다.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는 재산세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물어보니 미주리주 콜롬비아시의 경우 재산세율은 공시가격의 1.2%라고 했다. 한국의 재산세율(0.1~0.4%)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최고세율 기준으로도 3배나 높다. 35만 달러 집의 공시가격이 30만 달러라고 가정하면 연간 3600달러를 낸다는 얘기다. 한화로 환산해보면 시세 4억2000만원 집(공시가격 3억6000만원)에 432만원의 재산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여기에 집보험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의 집주인들은 화재, 자연재해를 감안해 집보험을 많이 든다. 연간 1000~2000달러(120만원~240만원) 수준이다. 최저 보험료를 낸다고 할 때 시가 4억2000만원 집을 보유한 집주인이 연간 부담해야 하는 집비용은 최소 550만원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같은 기준(공시지가 3억6000만원)으로 계산해 본 한국의 집 재산세는 36만원에 불과하다. 낮은 세율에다 공정시장가액비율로 과세표준도 낮아지면서 재산세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지방교육세와 도시계획세를 모두 포함해 집주인이 실제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는 73만원이 된다. 한국은 별도의 집 보험을 잘 들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같은 가격의 집을 보유할 때 한국의 집에 매년 부과되는 세금이 미국 미주리주의 8분의 1에 불과하다는 뜻이 된다. 다만 미국은 주택취득 때 취득세를 내지 않는다. 4억2000만원의 집을 한국에서 취득할 경우 1%(지방교육세 포함하면 1.1%)인 460만원을 취득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취득세는 단 한번 내고 마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주택의 세부담이 크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9월 기준 8억400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 규제와 경기침체 우려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마땅히 투자할 데가 없는 상황에서 저금리 유동자금이 서울 아파트에 몰리는 것이 근본원인으로 보이지만 낮은 보유세 체계도 집 수요를 확대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4억2000만원짜리 100평에 사는 집주인은 여유로워 보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서재로 내려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차 한 잔을 마신다고 했다.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없는 만큼 살고 싶은 집을 골랐다고 했다. 우리는 언제쯤 집을 투자용이 아닌 원래 목적인 주거용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닭장같은 서울의 아파트들을 떠올리며 잠시 우울해졌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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