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시 ‘묵호동 논골담길’
전망 좋은 게스트하우스 잡아
바다 바라보며 회 한 접시
아침엔 동해 일출이 잠 깨워

◇논골마을의 한 게스트하우스 테라스에서 바라본 묵호항 일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논골마을의 한 게스트하우스 테라스에서 바라본 묵호항 일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수수하고 깨끗한 방 한 칸에 미세먼지 제로의 하늘과 푸른 바다가 발끝으로 펼쳐진다.

치열한 삶의 애환을 마을벽화로 만나는 야외미술관, 논골담길에서 일주일, 아니 한 달쯤 살고 싶은 ‘전망 좋은 방’을 찾았다.

동해시 묵호동의 묵호(墨湖)는 바닷가에 물새가 유독 많이 모여들어 ‘새도 검고 바다도 검다’는 의미로 ‘먹 묵(墨)’자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다.

묵호동 논골 벽화마을에 가면, 묵호는 골목 어귀 판잣집 사는 아이의 이름처럼 친근하다. 

항구 뒤편 묵호동의 비탈진 언덕에 지어진 판잣집 사이의 골목은 질퍽한 흙길 때문에 논골마을이라 불렸다. 사람들은 언덕 꼭대기는 생선을 말리는 덕장으로 오징어, 명태를 지게나 대야로 날랐다.

오징어 더미에서 떨어지는 바닷물로 늘 질었던 골목은 ‘남편과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이 못 산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래서일까. 논골담길에는 유난히 장화 그림과 소품이 많이 등장한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이 위태롭게 이어지는 언덕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 자락이 어지럽지만, 세월의 더께가 앉은 벽화 그림은 가던 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만선의 기쁨과 고단함을 막걸리 한 잔에 풀고 있는 어부의 술상, 생선 좌판에서 싱싱한 문어를 손질하는 아낙네, 지게를 내려놓고 잠시 쉬는 어르신의 모습 등 담벼락 한 칸에 그려진 그림만으로 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성큼 다가온다. 

논골담길을 슬렁슬렁 다니다 보면 어느새 햇빛이 기운다. 성수기가 아니라면,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간판이 있는 숙소 앞에서 기웃기웃 집 구경을 하는 여정도 재미있다.

묵호 최고의 오션뷰는 논골1길, 바람의 언덕 전망대다. 눈앞에 들어오는 건 비현실적으로 푸른 바다뿐이다. 전망대에는 마을 주민들이 출자해 만든 ‘논골담길 협동조합’의 논골 카페와 논골 상회, 논골 식당, 논골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논골 카페나 논골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파노라마로 찍어야 할 만큼 시야가 넓다. 시원한 테라스에서 직접 떠온 자연산 회 한 접시를 놓고 노을이 물드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먹는 저녁상은 최고의 미각과 추억을 선물한다.

논골마을에선 숙소만 잘 정하면 집에 앉아서 일출을 보는 행운까지 잡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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