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미증유의 마이너스 물가가 두 달 연속 이어지면서 장기불황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건설업계 역시 그 여파로 인해 직격탄을 맞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9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보다 0.4% 하락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전월인 8월 물가상승률이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0’ 아래로 떨어져 -0.04%를 기록한데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이다. 수치로만 보면 일본식 장기불황 내지 디플레이션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만하다.

정부는 즉각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즉, 일련의 마이너스 물가가 풍년에 따른 농산물 가격하락과 국제 유가 하향세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디플레이션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국책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 10일 ‘10월 경제동향’에서 “9월 소비자물가 하락은 전월에 비해 농산물과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으로, 이를 수요 위축 심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러한 설명이 맞는 말이기를 바란다. 장밋빛 청사진만 내놓는 이른바 ‘희망고문’도 밉상스런 일이지만 매사 비관적으로만 바라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건설업계가 별 대비도 없이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는 경우이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시작된 건설업 침체기조가 수년간 이어지면서 당시 건설업계는 수주 물량은 줄어드는 반면 부실·불량 업체들이 늘어 경쟁만 치열해지는 이중고에 신음했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업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0%대 초반까지 하락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건설업을 둘러싼 환경 역시 결코 녹록지 않다.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웬만한 개발과 주택 건설은 이루어진 상태이다. 물량이 줄면서 과당경쟁은 심화되고 해외 주력 시장마저 계속 협소해지고 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발달로 BIM설계, ICT기반 건설자동화시장 확대, 스마트시티·IoT도시관리·모듈러공법 등 건설 융·복합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자칫 기술력이나 품질은 선진국에 밀리고, 가격은 우리보다 못한 개발도상국에 밀리는 이른바 ‘nut-cracker(호두까기) 현상’이 고착화될 우려마저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체 10곳 중 1곳이 이자조차 못내는 한계기업이고 건설기술인 중 50대 이상 고령기술인이 절반 가까이나 된다. 우리 건설업의 현주소이다. 여러 징후들은 위기조장이 아니라 지금이 실제로 위기상황임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사상 최저인 1.25%로 내려 장기불황의 징후목록 하나를 추가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지금 업역규제 개선을 비롯한 건설산업 혁신 작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다. 건설업체들 스스로 시공능력은 물론 관리능력과 기술력까지 끌어올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긴 불황에 맞서 생존투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전열을 가다듬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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