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예정에도 없던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해 ‘건설투자 확대’를 강조한 것은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무엇보다 민간활력을 높여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고 민간활력을 높이는 데는 건설투자의 역할도 크다”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22일 국회에서 가진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생활SOC 투자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특히 ‘공정’이란 단어를 27차례나 언급했다.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들에게 갑질과 부당특약을 일삼는 일부 원도급사들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현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그만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0.0%에 이어 9월 ?0.4%로 하락하는 등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OECD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 21일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9월 말 기준 해외투자은행(IB)의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로 떨어졌다. 저성장에 저물가가 겹쳤으니 최악이다. 이쯤 되면 디플레이션이나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갈등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또한 확산일로이다. 경제장관회의 전날 한국은행이 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1.25%로 내린 것도 이런 상황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그동안 건설을 홀대한다는 인상을 주던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뀐 것인지부터가 우선 궁금하다. 본격적인 정책 전환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참에 건설투자를 통한 경기 선순환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공공주택과 광역교통망 조기 공급 및 착공, 교육·복지·문화 인프라 구축 등을 언급했다. 건설투자의 필요성과 함께 신속하고 적극적인 재정 집행까지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서울형도시재생사업 등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문제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지금이라도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그 단초를 건설투자로 잡은 것은 잘한 일이다. 이를 놓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 혹은 경기부양을 위한 습관적 대응책이란 시큰둥한 시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위중하고 절박하다. 대통령 당부에 진정성을 느끼는 이유이다.

건축물·시설물은 결과물로 남아 계속 경제를 돌리고 삶을 풍족하게 하기도 한다. 건설투자를 예산낭비로 보고 건설업계를 무슨 비리의 온상인 양 바라보는 프레임은 이제 벗어던질 때가 됐다. 건설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투입된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게 돼 있다. 적정공사비가 그래서 중요하다.

건설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하게 추진돼야 한다. 생활SOC도 필요하지만 더 큰 차원에서 봐야 한다. 기왕에 건설투자에 관심을 쏟기로 했으면 내년부터 확대 실시되는 주52시간제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시간도 1년 이상으로 확대하고, 정부의 예타면제 사업도 해당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의 참여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