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도시개발의 새 패러다임 ‘압축도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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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도시개발의 새 패러다임 ‘압축도시 정책’
  • 원용진 교수
  • 승인 2019.1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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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추픽추,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던 곳이 있다. 부산의 감천마을이다. 도시재생사업의 모범처럼 칭찬받던 그곳이 최근 도시정책 평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마을이 관광지가 되면서 상가가 새롭게 형성되고, 지가가 상승한 결과 주민 삶은 더 척박해졌다고 한다. 재생 사업이 시작된 지 10여 년 만에 주민 인구가 무려 35%나 감소했다는 지표를 대하면 주민 삶과 유리된 사업이었다는 평가는 틀리지 않는 듯하다. 특히 그 지역의 재생사업이 이웃과 연계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지역 고립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까지 이르게 됐다. 감천마을은 겉모습에만 치중했던 도시 살리기 정책을 전향적으로 개편해야 함을 알려주고 새로운 도시정책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전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반성을 기반으로 그를 더욱 활성화할 압축도시(compact city) 정책이 새로운 카드로 대두되고 있다. 인구절벽, 고령화, 빈집문제 등으로 고심하고 있는 일본에서 꺼내든 새로운 도시정책이다. 도시개발정책의 일환으로 도심 외곽을 개발하거나 신도시를 만들어 도시를 확장해가던 정책의 반성에서 비롯됐다. 도시가 외곽으로 확장되면서 도시의 사회간접자본(SOC)을 운용하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게 됐다. 여러 개의 도심이 생기면서, 도시 간 유기성은 떨어지고, 중심부가 흩어지면서 도시 정체성도 사라졌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혁신도시 인구 증가분 대부분(50%)이 원도심에서 유입된 것이라는 결론을 대하다 보면 그동안 도심 소멸, 구도심 공동화는 도시 확장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압축도시 정책은 그 같은 반성에서 시작됐다.

압축도시 정책은 도시 확산으로 인해 발생한 경제, 사회,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대안적 도시 정책이다. 분산된 도시의 힘을 한데 모으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공공시설 및 교통시설에 접근할 편의를 끌어올린다. 그로써 고령층의 인구가 도심으로 향하도록 한다. 대중교통은 가능한 한 친환경 교통수단(트램 등의 활용) 의존도를 높인다. 그를 통해 에너지 사용을 감소시키고 대기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 환경이 보존된다. 내버려두었던 도시 내부를 개발함으로써 도심 쇠퇴가 더 이뤄지지 않도록 한다. 주민 간 접촉기회가 증가해 사회 계층 간 통합을 도모하고, 같은 도시 인구라는 정체성이 높아지게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동네에 더 관심을 갖도록 하고 도시정책 과정에 참여토록 유도한다.

일본의 도야마시가 압축도시 정책의 대표 사례로 빈번하게 인용된다. 도야마 시는 시의 청사진으로 ‘닭꼬치’형 모형을 내세운다, 다핵화되었던 도시 기능을 통합한 후, 기능별로 재배치해 대중교통의 중심축에 끼워 넣는 방식을 택했다. 분산됐던 인구를 도심 안으로 유도하고, 분산됐던 도시 행정력을 집합했다. 외곽에서 개인용 교통수단으로 움직이던 인구층을 줄여 대중교통 수단을 활용해 도심을 향하도록 했다. 그를 위해 대중교통 체계를 혁신하고, 거주유도구역으로 거주 인구가 유입되도록 유도하고 보행전용구역을 확대했다. 그 결과 거주인구의 도심 내 유입을 증가(약 4%)시켰고 구도심의 지가를 상승시켰다. 도시 인구의 고령화, 도심의 공동화, 중소 도시의 소멸, 도시 환경의 열화 등의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이었다.

물론 압축도시 정책이 노정하는 약점이 없지는 않다. 고밀 도시환경이 가져오는 편익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고 도시 내 녹지, 공공공지의 감소로 삶의 질이 떨어질 염려도 있다. 도심의 공동화처럼 이미 개발된 도심 외곽의 공동화 문제를 야기시킬 거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약점을 빨리 딛고 새롭게 도시정책을 수립해야 할 만큼 도시 문제는 시급한 삶의 질 향상 과제가 되고 있다. 압축도시 정책의 중요 대안 가능성을 설정하고 종합계획, 실행계획 등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계획 수립을 챙겨가면서 중앙과 지방 정부는 몇 가지 중요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우선은 도시 외곽 개발을 제한하는 일을 시급하게 이뤄내야 한다. 동시에 도시재생사업을 연착륙시키고 그 성공에 연계해 도시재생 지역 간의 연결을 꾀하는 일을 도모해야 한다. 다핵화된 도시의 기능을 집중화시켜 도시 운영과 유지의 효율성을 꾀하는 일, 도심 안으로 유입될 인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꾀해야 한다. 그 같은 준비를 기반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발전적으로 수용, 확대시킬 중앙과 지방 정부의 압축도시 정책에 대한 전향적인 기획과 시행을 기대해 본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원용진 교수] yongji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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