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평당 1억원 시대 현실화’, ‘국민평형 전용 84㎡도 1억원 넘어섰다’, ‘강남 3.3㎡당 1억원, 강북 3.3㎡ 5000만원 시대 도래’, ‘반포 평당 1억원 거품 아니다’, ‘평당 1억원 코앞에 성큼’

포털사이트에 ‘평당 1억’을 쳐보면 관련 기사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제목만 보자면 누구나 평당 1억원인 집에 사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평당 1억원 기사에 불을 지핀 것은 서울 서초구 반포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였다. 전용 59㎡(24평형) 12층이 3.3㎡당 9992만원에 실거래(23억9800만원) 되면서 평당 1억원이 입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아예 중계방송 하듯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소식을 쏟아냈다. 내 집 가격변동은 몰라도 아크로리버파크의 가격변동은 알 정도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평당 1억원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전국에 몇 채나 있을까. 평당 1억원은 최고가 중의 최고가다. 강남에 있는 집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다. 지방 대도시는 아파트 한 채 가격 평균이 3억원을 넘지 않는다. 평당 1억원은 우리 소득수준으로 볼 때 정상적으로 매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집이다. 그런데도 언론에는 평당 1억원 기사가 넘쳐난다.

김원장 KBS 기자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자들은 왜 평당 1억원에 집착할까’라는 글을 통해 언론의 잘못된 보도관행이 부동산투기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평당 1억’ 아파트들은 일반적인 부동산지표 흐름을 크게 벗어나며 시장을 선도하는 선행지수도 아니어서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할 이유가 없다”며 “뉴욕 타임스는 1채에 수백억원이 넘는 맨해튼의 집값에 별 관심이 없다”고 단언했다.

맞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 CNN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파이낸셜타임즈 같은 경제지도 최고가 주택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중계방송하지 않는다. 매주 주택매매변동률을 발표하고 이를 비중 있게 기사화하는 곳도 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 부동산 통계기사는 물가, 고용, 인구동향 등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주요한 거시지표보다 보도간격이 짧다. 게다가 부동산은 기획면까지 있다.

최고가 주택가격 중계방송의 부작용은 크다. 시민들끼리 질투하고 탐욕스럽게 만든다. 억지로라도 대출을 받아서 그때 집을 샀어야 한다는 후회감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그러다 부동산 경쟁으로 밀어 넣는다.

미국도 샌프란시스코나 산호세, 뉴욕 도심의 집값들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몇 명의 미국인에게 “샌프란시스코나 뉴욕에 투자할 생각 없느냐”고 물어봤다. “한 달에 1만 달러(1200만원) 유지비를 낼 수 있는 사람들만 살 수 있는 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막대한 유지비를 댈 수 있는 사람들만 노는 물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에 30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다면 연간 재산세만 6600만원(재산세율 2.219%)을 낸다. 미국인들이 이런 생각을 갖는데는 높은 재산세부담과 함께 부동산에 호들갑떨지 않는 언론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국 언론 어디도 연간 집값 상승률과 세부담, 대출이자를 계산해가며 부동산차익을 계산해주는 데는 없다.

정부는 강남부동산 가격에 신경을 끄라는 주문이 많다. 대신 지방 혹은 저소득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투자를 더하라고 한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언론이 최고가 집을 중계방송 하는 한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강남을 따르려는 욕구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고가의 집값이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언론에 대한 책임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저널리즘 정신을 되살리지 않는다면 빠른 속도로 시민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부동산 기사도 당연히 그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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