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사람들이 전하는 전문건설 - 종합건설사·노동조합 “전문건설업에 바란다”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 전문건설사와 건설근로자는 불가분의 관계다. 때문에 항상 서로의 협력과 상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때로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충돌을 빚는다. 전문건설사 입장에선 종합건설사의 불공정하도급과 노동조합의 채용강요행위 등이 주요 비판 대상이다. 그렇다면 종합건설사와 노동조합은 전문건설사에 무엇을 아쉬워하고 어떤 것들을 바라고 있을까. 상생과 협력을 위해, 서로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종합건설사와 노동조합은 전문건설사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직접 물었다. /편집자 주

◇건설업계는 상호 간 상생 협력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17일 열린 ‘건설산업상생과 공정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노사정협력 약정식’에서 윤왕로 대한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왼쪽부터), 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임부회장, 이성해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육길수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위원장이 약정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건설업계는 상호 간 상생 협력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17일 열린 ‘건설산업상생과 공정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노사정협력 약정식’에서 윤왕로 대한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왼쪽부터), 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임부회장, 이성해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육길수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위원장이 약정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대형종합건설 외주담당 A씨 - “자기비하 하지 말고 건설인 자긍심을 잃지 않기를”

대형종합건설사 외주담당 직원인 A씨는 전문건설업계에 바라는 점으로 가장 먼저 스스로 자부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A씨는 “전문건설사 직원들 스스로 ‘노가다’라는 등 자존감이 낮은 말을 하는 것을 볼 때 많은 아쉬움이 있다. 건설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종합건설사 입장에서 전문건설사가 불합리하다고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도 가감 없는 의견을 냈다.

A씨는 “입찰참여사 명단이나 입찰결과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입찰 투명성은 신뢰문제일 뿐만 아니라 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나 시공 중인 현장을 볼모로 타 현장의 추가공사를 요구하는 행위도 지양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분쟁이 가장 많은 사항 중 하나인 변경계약과 관련해선 “근거나 서류 없이 무작정 인상·정산해달라면서 현장을 멈추거나 할 때 이게 ‘을(乙)질이구나’ 느낀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는 앞으로도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하자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A씨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건설사들의 적정이익 확보와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 다함께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대형종합건설 홍보담당 B씨 - “최고의 품질·전문성 위해 기술변화에 신속 대응해야”

10대 건설사 홍보담당 B씨는 전문건설사가 건설 현장의 주인공이자, 건설 산업 발전의 주체가 되기를 희망했다. 이를 위해 어려운 환경이지만 품질과 전문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B씨는 “인건비와 건설기계 장비, 건설자재 등의 가격 인상과 주 52시간 체제 확산 등 환경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 직접시공을 하는 전문건설사의 어려움 역시 비례해서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여러 악조건에서도 최고의 품질과 전문성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전문건설사의 노력과 진정성이 건설업 발전의 초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건설업계는 신기술개발 등 여러 가지 기술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이같은 요구에 대한 해결의 열쇠는 바로 전문건설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향후 종합건설사와 기술개발 등에서 지속적인 협업을 활발히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종합건설사와의 협업을 통한 상생의 길을 제시했다.

● 중견종합건설 외주담당 C씨 - “전문 관리자 양성에 투자를… 하도급사에 하대 반성”

중견종합건설사 외주담당 C씨는 스스로도 하도급사 직원들을 하대하는 경향이 일부 남아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상생발전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상호존중의 문화를 꼽았다.  

C씨는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부터 말씀드릴까 한다. 원도급사의 경우 예전 인식을 벗어나지 못해 일부 하대하는 경우가 있다. 먼저 하청이라는 개념을 타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건설사에 아쉬운 점으로는 갈수록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리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C씨는 “많은 전문건설사들이 인력난에 허덕이다 보니 경험부족 및 전문성이 부족한 관리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있다”면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요구했다.

노동조합과 협력해 무리한 정산요구를 하는 행동 등 역시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으로 꼽았다. 그 외에는 △전문건설사 간 담합행위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거나 값싼 자재를 사용하는 행위 △공사내역이나 물량을 속여 부풀리는 행위 등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 중견종합건설 공무담당 D씨 - “일부의 무책임 공사는 타 공종 전문건설사에 피해 줘”

D씨의 경우, 책임감 없이 공사를 하는 일부로 인해 다음 공종 전문건설사가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계약사항에 대한 무시, 위반, 몰이해 등으로 인한 타 업체(원도급사 및 타 공종 전문건설사)에 피해가 되는 행동도 지적했다.

D씨는 “자신들의 이득을 위한 의도적인 오류시공 등은 원도급사와 타 공종 전문건설사를 기망하는 행위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그 외 관행 중에서도 △임의 시공 및 일처리 △저가투찰 △안전투자 소홀 △체계적이지 않은 주먹구구식 일처리 △증빙자료나 명확한 근거 없는 무리한 단가인상 등은 지양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D씨는 상생 협력을 위한 길로 “기업 간 관계도 인간관계와 유사한 것 같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진정성을 가지고 정보와 해결방안을 나누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아간다면, 함께 성장해 가는데 더없는 협력관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건설기업노동조합 선전담당 E씨 - “원도급사 향한 불만을 원도급 근로자에 풀지 말아야”

원청 근로자들이 소속된 건설기업노동조합의 E씨는 먼저 “원도급사와 원도급사 소속 근로자를 동일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E씨는 “원도급사에 대한 불만을 소속 근로자한테 풀려는 경우가 있다. 거래 문제로 담당자가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할 때도 생긴다”고 털어놨다.

‘전문건설사는 돈 되는 일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는 원색적인 불만도 나왔다. E씨는 “한 전문건설사가 여러 공종을 담당했는데, 수익이 많이 남는 공종만 진행한 뒤 타절을 해버렸다. 고의 파산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건설시장에 존재하는 허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페이퍼컴퍼니가 문제”라는 것이다.

둘째는 적정공사비 확보다. 그는 “우리도 정의가 아니고 전문건설사도 정의가 아니다”며 “적정공사비를 담보한다면 상당부분 해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 F씨 - “전문건설과 노조는 공존과 대립관계… 대화 늘려 가자”

현장 근로자들의 조직인 건설산업노동조합 소속 F씨는 전문건설사와 자신들을 공존의 관계이자 대립의 관계라고 정의했다. F씨는 “우리가 전문건설사를 타도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은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예민한 건설 현안 중 하나인 외국인 고용에 대해선 “건설사는 ‘인력이 없다’하고, 노조는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면서 “외국인 일자리 문제는 공종 등을 세분화해 해결할 문제다. 각자의 이득을 위해 서로 일반화하는 오류는 더 이상 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타성을 버려야 한다는 점도 혁신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F씨는 “일부 전문건설사는 불법하도급 등 예전 수익구조를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노조 역시 노조 간 일자리 다툼, 유사노조 설립 문제 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노사가 각자의 잘못된 태도, 고쳐야할 관행, 해결 방법 등을 모두 서로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의할 대상과 기회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화 기회를 늘려 나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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