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사람들이 전하는 전문건설 - 현장 동행기
원영건업(주) 천병조 전무 - 경기도 용인 아파트 건설현장 근로자 안전교육

건설 산업을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정책과 투자, 기술과 같은 것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건설 산업의 가장 중심에는 항상 현장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현장 동행기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일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천병조 전무는 10월 한 달간 건설현장을 돌며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사진은 한 현장 아침조회 시간에 안전 유의사항을 전파하는 모습.
◇천병조 전무는 10월 한 달간 건설현장을 돌며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사진은 한 현장 아침조회 시간에 안전 유의사항을 전파하는 모습.

“안전벨트를 안 매고 떨어져 죽으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근로자가 산재 책임이 있어도 잘잘못을 묻지 않습니다. 과실이 있든 없든 보상을 다 해줘요. 그래서 안전벨트 매지 않고 일하실 겁니까! (하하하하) 어차피 해주는데 뭐!”

지난 10월25일 오후 1시.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안전교육장에선 점심식사를 마친 현장근로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이 한창이었다. 식곤증을 느낄 법도 했지만 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쩌렁쩌렁한 강사의 목소리와 근로자의 웃음소리가 교육장을 가득 채웠다.

철근콘크리트공사업 전문건설업체인 원영건업(주)(대표 노석순)의 천병조 전무가 철근, 거푸집 등 4개 팀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그는 대형건설사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주로 안전분야 업무를 담당했고, 5년 전부터 원영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 짬짬이 학업을 병행해 안전분야 박사과정도 밟고 있다.

“이 현장처럼 큰 현장에선 안전보호구 착용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안전모를 좀 쓰죠. 그런데 여러분이 빌라 짓는 곳에 가면 안전모를 쓰시나요? 안 쓰는 게 현실 아닙니까? 이제는 현장이 크건 작건 간에 스스로 안전수칙을 지키셔야 합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천 전무는 사고통계를 설명했다. 작년 1년 동안 산업현장에서 971명이 사망했고, 485명 53%가 건설현장 사고였다. 약 75%는 본인 과실이었고 80%는 추락사고였으며,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사고비율도 높았다. 사망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자 근로자들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걸 느꼈다.

그는 또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중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작업을 중단해야 하고 공사를 재개할 때는 근로자 또는 국민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안내했다. 

천 전무는 자신이 직접 찍은 현장 사진을 보여주면서 목소리를 한층 더 높였다. 앵글을 용접기로 자르는 사진에선 종이 박스를 불티방지 커버로 사용하는 것을 지적했다. 보행통로가 각종 자재로 어지러운 사진을 보면서는 “아 이런 놈들을 확”이라며 길게 설명도 안했다.

그는 교육 말미에 위험한 일은 스스로 하지 말아야 하고, 서로서로 안전수칙에 대한 잔소리를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날 천 전무의 하루 일과를 동행하며 전문건설인으로 지낸 5년의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대기업을 다닐 때는 몰랐던 전문건설의 한계와 문제점을 알게 됐고 동시에 ‘을’들이 겪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도 경험하고 있었다. 그는 사업주의 이익을 줄여서 근로자 복지를 높이고 안전을 챙기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지금은 대기업만 돈을 버는 구조라 하도급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년째 철콘업계의 고민거리인 건설노조 문제에 대해서도 한참 얘기했다. 그는 “임금을 올리냐, 마냐의 문제보다 임금만큼 일을 하냐, 않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빵 10개를 만들다가 임금이 올라가면 사장은 11개, 12개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지금은 그런 요구를 제대로 못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천 전무는 현장을 다니면서 젊은 직원들에게 빠짐없이 “공부 잘 하고 있냐”고 물어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거친 말투 속에 후배들이 좀 더 괜찮은 건설인으로 성장해 주길 바라는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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