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6조의2에는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라는 제도가 있다. 수급사업자는 하도급계약 이후 원재료 가격이나 노무비 등 공급원가가 상승해 하도급대금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 이 제도를 이용,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조정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현행법상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조정 신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신청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반드시 협의에 응해야 한다.

2009년 4월에 처음 도입된 제도는 원·수급사업자 간 비용 분담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함으로써 중소 하도급업체가 ‘일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조정 신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급사업자가 충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하도급 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전체 수급사업자 중 하도급대금 인상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0%대 정도였다. 원사업자와의 교섭력 격차나 거래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협의 신청에 소극적인 수급사업자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수급사업자의 신청을 받았음에도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를 거부하거나 조정 신청을 이유로 위탁취소 등 보복행위를 하는 것은 모두 하도급법상 금지돼 있는 행위이다. 또한 공정위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인상 요청을 전부 또는 일부라도 수용해줬다고 응답한 수급사업자 비율은 94%에 달해 일단 조정 제도를 이용한 경우 그 성과는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지난 10월3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제도를 더욱 확대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공사기간이 연장되거나 납품시기가 지연돼 관리비 등 공급원가 이외의 비용이 변동된 경우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 11월 말 공포를 거쳐 6개월 뒤 개정 하도급법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이 시행되면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법상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사유가 기존의 원재료비·노무비 등 공급원가의 상승에 더해 공기연장·납품지연에 따른 관리비 증가까지 추가돼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수급사업자가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현재 공정위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확산 및 거래관행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 중에 있는데, 그 내용 중 하나로 수급사업자의 협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 대책은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의 시장 감시나 제재만으로 하도급분야의 불공정 관행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시장 참여자들의 수평적·자율적인 합의에 기초한 분쟁 해소와 조정도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완된 조정 협의 제도는 원·수급 사업자 간에 합리적으로 비용 분담이 이루어지게 하고 재료비 등 공급원가뿐 아니라 공기 연장 등으로 인한 수급사업자의 비용 상승 부담까지 완화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거래상 지위의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공정위는 그러한 수급사업자의 우려를 해소하고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가 보다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는지 부단히 고민해 오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단 조정 신청이 있는 경우 그에 대한 원사업자의 수용도는 높은 편이며 조정 신청을 이유로 한 불이익 제공 등 보복행위는 철저히 금지돼 있다. 일정 조건 하에서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수급사업자와 함께 협의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아무쪼록 수급사업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제도 이용을 권장한다. 원사업자 또한 수급사업자를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할 파트너로 인식하고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 요청을 받았을 때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에 응해주길 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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