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중 집값을 가장 많이 높여 놓은 문재인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뻔뻔한 자평을 내놨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12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문재인 정부 임기 전반 종료에 즈음해 내놓은 ‘국토교통부 2년 반 중간평가와 새로운 출발’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이었다. 정 의원실이 경제정의실천연합과 함께 서울 주요 아파트단지 값의 20년간 변화를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과거 참여정부 수준을 넘어섰다.

현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최근까지 2년 반 사이에 십수 번의 각종 대책, 보완 방안, 후속 조치 등의 이름으로 시장에 손을 댔다. 결과는 늘 같았다. 대책이 나오면 잠시 움찔하다가 다시 이전의 집값을 훌쩍 넘어서는 패턴.

가장 최근은 ‘극약 처방’에 가깝다. 국토부가 서울 지역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묶었다.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배제한 채 정부가 직접 가격 통제에 나섰으니 말 그대로 극약 처방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다시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근본 처방이 잘못돼 오르는 집값인데, 점점 더 강한 약만 쓰는 느낌이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산 영향이 크다. 물론 일부 투기수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구조 때문에 주택 시장에 돈이 모인다.

어떻게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지정됐나 궁금해 11월6일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국토부는 곧바로 ‘비공개’ 처분했다. 이유는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라고 했다. 이러니 밀실에서의 기준도 모호한 자의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분양가를 낮춘다고 집값이 잡힐지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예상되는 부작용 시나리오만 난무한다. 우선, 동 단위로 규제하면 규제를 비켜간 옆 동과 규제 지역이라도 분양가를 통제 안 받는 신축 아파트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재개발 중단으로 서울의 주택공급이 더욱 위축되고, 공급 축소가 다시 집값을 상승시키는 악순환도 벌어진다.

‘로또 아파트’를 양산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처음 서울 강남권에서 공급된 분양 단지가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서울에는 연간 일반분양 아파트가 1만 가구가량 공급된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580만명이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나중엔 진짜 주택거래허가제 같은 ‘독약 처방’까지 꺼낼 태세다. 마치 항생제 오남용에 둔감한 한국 의료계를 보는 것 같다. 한국은 감기에 걸려도 항생제를 처방한다. 그러면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약 종류가 많지 않아 치료가 어렵게 된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그렇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