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년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정부가 최장 1년여의 계도기간을 줄 계획이어서 관련 업체들이 일단 한숨은 돌리게 됐다. 또한 천재지변·재난 같은 특별한 사유에 한하던 특별연장근로를 경영상 사유로도 허용키로 해 급한 불은 끄는 모양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8일 이런 내용의 주52시간 근로제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노사정 합의로 국회에 넘어간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3개월서 6개월로) 법안이 계속 표류되자 나온 대책이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는 국회 계류 중인 관련 근로기준법개정안이 끝내 무산될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계도기간 부여는 사실상 시행을 연기하는 조치이다.

건설업계로서는 이러한 대책이 여전히 임시방편의 하나로, 주52시간제가 제대로 연착륙하려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조치가 입법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건설은 대표적 노동집약산업으로 옥외작업과 업체들의 협업구조가 대부분이다. 한파나 폭염은 물론 미세먼지 같은 기후적 요인과 각종 민원 등의 변수로 인해 탄력적인 근로시간 조정이 불가피하다. 고용부에 따르면 건설업 월평균 근로일수는 17.8일로 전체 산업 중 꼴찌다. 현장에서 주52시간제의 일률적이고 즉각적인 적용은 그야말로 직격탄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김영윤 중앙회장과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 등 14개 중소기업단체 수장들이 지난 13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튿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잇따라 방문해 업계 입장을 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주52시간제는 정부가 이른바 ‘워라밸(일·생활 균형)’ 실현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국정과제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되고 섣부르게 시행했다가는 역풍이 기다리고 있다. 건설사업자에게 공기지연, 간접비 증가 등의 시련을 주고, 건설근로자들에게 일감과 수입을 빼앗는다. 회사가 망하고 근로자가 실업자로 전락하면 워라밸이고 뭐고 다 없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건설근로자는 특정기간 연장 또는 야간·휴일근로를 통해 근로가 없는 날의 수입을 보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 52시간 적용시 수입이 대폭 감소한다. 국회 분석에 의하면 주52시간제 시행으로 근로자 급여가 13% 감소한다.  이미 시행중인 현장에서는 수입이 줄어든 근로자들이 다른 사업장에 가서 추가로 일을 하거나 대리운전 등 부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근로자의 건강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다는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줄어든 시간만큼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시간제, 나아가 특별인가연장근로제를 보완해서 시행하는 편이 회사로 보나 근로자로 보나 훨씬 낫다. 노사합의에 의해 추가연장근로까지 허용해 주면 더 좋을 것이다.

‘변동성(Volatility)·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으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52시간제를 똑같이 적용하는 것 자체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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