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노트] ‘범죄예방 환경설계’ 지원책 마련할 때
상태바
[여의도노트] ‘범죄예방 환경설계’ 지원책 마련할 때
  • 류승훈 기자
  • 승인 2019.12.02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거지에서 벌어지는 강력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건축물 설계 단계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박인숙 입법조사관보가 내놓은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최근 1인 가구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절도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주거지와 건축물 등이 범죄의 주요 장소로 사용되고 있어 거주자 및 건물 사용자의 불안과 두려움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이하 ‘셉테드’)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셉테드란 건축물 등의 건축계획 단계에서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해 범죄를 예방하도록 하는 환경설계 기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낮은 조도의 여러 조명을 설치해 그림자가 없도록 하거나 거리 곳곳에 운동시설, 커뮤니티 시설 등을 배치해 범죄 장소로 이용될 공간을 줄이는 식이다.

우리나라도 주거지 및 건축물 내 범죄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2014년 5월 건축법 개정을 통해 셉테드 규정을 마련했고, 8월 기준 관련 조례를 제정시행 중인 지자체는 전체 243곳 중 214곳에 달한다. 하지만 법률상 선언적 규정만으로 건축물의 범죄예방을 위한 정책 및 제도를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현재 지자체 조례를 통해 셉테드 사업은 법률적 근거 없이 지자체 예산으로 시행하고 있어 예산 확보 및 실행에 어려움이 있다. 국가경찰제도 하에서 범죄예방은 국가사무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나, 지역 내 셉테드 사업은 자치사무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법률에서 셉테드 관련 조례를 제정하도록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관련 사업의 예산 및 인력 투입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셉테드 기준의 적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인증제도 도입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셉테드 기준이 건축물의 이용자, 규모 및 지역 범죄특성 등에 적합하게 마련됐는지, 설계 의도대로 적용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평가와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셉테드 인증제도를 도입하면 건축 자재 및 시공비용 상승으로 전체 건설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소득세취득세 감면, 건폐율 완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보완 가능하다. 이같은 방식은 녹색건축물 인증제도,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에도 활용 중이다. 

이와 함께 설계 및 시공자 등 건축 관계자가 지역 내 범죄위험요소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 경찰 등과 정보공유나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실효성 있는 제도 운용이 가능하다. 지자체와 경찰은 지역 특성 및 범죄위험요소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그 정보를 건축설계 및 시공자 등이 설계시공유지관리 단계에서 활용토록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또 정부차원에서 셉테드 관련 연구개발 및 교육훈련 등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범죄예방을 위한 전략으로 2014년에 도입된 건축물에 대한 범죄예방 규정이 제대로 정착돼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의 약 20%는 아파트,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등 주거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주거지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범죄 가능성이 높은 공간을 물리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와 지자체의 예산문제를 해결한 법적 근거 마련 등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셉테드의 활성화 방안이 마련돼야 할 시기다. 

[류승훈 기자] ryush@kosca.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