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로보틱스, 3D 프린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망라한 스피드팩토리 구축을 통해 스마트팩토리의 선두주자로 나섰던 아디다스가 최근 독일 안스바흐와 미국 애틀랜타의 스피드팩토리 공장 가동을 내년 4월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가 실패로 판단될 수도 있지만 아디다스가 축적한 많은 경험과 데이터는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고 또 다른 전략으로 이를 활용해 재도약을 이루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디다스의 이번 조치를 반면교사로 삼아 디지털혁신을 시작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다.

우선, 디지털 제조와 서비스에 있어 필요한 융합기술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기술들의 성숙도를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의 요구사항을 도출한다고 하더라도 요구사항에 맞춘 제조기술의 수준이 성숙되지 않으면 디지털 융합기술은 완성될 수가 없다. 디지털화의 기반이 되는 센서 기술이나 3D 프린팅 기술 등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둘째로, 디지털 전환을 위한 미성숙 된 역량과 기술들에 대한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기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조직이 혁신적인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지만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가능한 목표 설정과 추진을 위해 필요한 구성 요소들을 확보할 구체적인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합병이나 기술의 자체 확보 및 투자 방향 설정 등의 다양한 전술을 포함해 치밀한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셋째로, 조직의 의지이다.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기 위해 조직 내 별도의 전담 조직을 만들어 진행하는 것이 국내 조직들 대부분의 현실이다. 수립한 전략을 전사적으로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적용시켜 조직 문화의 패러다임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없이는 조직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마지막으로,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과 이해 측면이다. 막대한 투자규모와 제조 공정 데이터의 유출 가능성 등에 따른 두려움은 기업의 생존 문제로 인식돼 디지털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고객이나 협력업체와 연계해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개념의 일부분인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사슬 측면에서 디지털 혁신에 대한 분석이 시작돼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국내 시장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각 조직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회 전반적인 디지털 생태계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캔터 석좌교수도 디지털 전환기에 조직 밖을 내다보는 사고로 전환하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국내 디지털 기반의 제조와 서비스 산업에 있어 필수적인 것은 디지털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기반으로 지식의 완성도를 매우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따라야 한다. 이러한 점들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돼야 하며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정확하게 해석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에 대한 개념적 이해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디지털 산업이 전체 산업을 선도할 것이란 것이 자명하므로 현 시점에서 과장된 홍보를 경계하면서 도전적이고 발전적인 연구와 사회적 토의가 지속돼야 할 것이다. /고등기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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