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한 해를 마감하면서 들려오는 내년도 전망들은 하나같이 밝지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경제전망(2019.11)’에서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을 -4.3%로 전망했다. 이는 올 하반기 건설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한데 따른 것으로 한은의 당초 전망치(-1.3%)보다 무려 3%포인트(p), 지난 7월 전망치인 -3.3%보다도 1%p 더 떨어진 수치이다. 문제는 건설투자의 이런 마이너스 성장이 내년은 물론 2021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2018년 이후 4년 연속 ‘거꾸로 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 역시 올해와 같이 주거용 건물과 비주거용 건물 중 상업용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생활SOC 투자가 확대되고 민간발전소 건설 및 도시재생사업 착수가 본격화되면서 감소폭은 제한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면서 “내년 중 국내경제는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지겠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소비증가세는 완만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또 GDP성장률은 금년 중 2% 내외, 내년 중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국내 경기흐름은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사이클이 최저점을 찍었으니 다시 상승 국면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이른바 ‘경기 바닥론’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장밋빛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 이 총재도 “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라면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지난 3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건설경기전망’ 역시 내년 건설투자가 3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정연은 다만 수도권 철도사업이나 생활SOC 확대, 공공주택 발주 등으로 감소폭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건정연은 내년 전문건설업 계약액은 원도급 기준으로 4.0% 증가해 31조4000억원, 하도급은 1.4% 감소해 6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지난달 29일 ‘불황기 건설기업의 성공적 경영전략 모색’ 연구보고서에서 건설경기 불황이 2020년대 초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생활SOC, 도시재생,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등의 건설투자 대책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2021년~2022년이 돼야한다. 그 전까지는 불황기에 대비한 생존력을 확보한 뒤 회복기에 선제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지금 건설기업들이 대비해야할 것은 불황에서 살아남기이다.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버텨야 한다. 운동선수가 혹한기에 조용히 몸을 만들 듯이 신기술 등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각종 규제완화와 함께 예타면제사업, 도시재생사업 등 그동안 벌여놓은 정책들이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도록 조기 실행하고 독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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