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가까이 살면서 요즘처럼 자영업 종사자들의 삶이 피폐한 적이 있었나 싶다. 특히 하반기 서울 곳곳에서 목격한 디스토피아적 우울한 이미지들이 뇌리를 강렬하게 박혀 있다.

올해 5월이다. 서울 중구 대한문 인근에서 식사를 하고 건물 지하 맥주집에 들렀다. 만석이었다. 그 분위기에 취해 흥겹게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생생하다. 10월 말 같은 시간대 같은 요일에 가게를 찾았다. 손님은 우리 일행이 전부였다. 아르바이트생만 할 일이 없어 따분한지 소일하고 있었다. 

자영업 경기가 이런 상황이니 상가 공실이 느는 건 당연지사다. 굳이 통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주요 도심이나 부도심에는 임차인을 구하는 광고 현수막을 아주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다. 직장인을 포함해 서울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서울시청 후문 사거리. 상가가 있는 세 방면에서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영업 몰락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책의 선의와 별개로 이미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은 소득주도성장의 후폭풍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신주단지 모시듯 아직도 소득주도성장을 붙들고 있다.

거의 모든 사회 현상들이 수축 일로인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인 부문이 있다. 부동산이다. 열 번이 넘는 문재인 정부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부동산시장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은 오직 부동산만이 ‘경제 성장’이라는 마차를 견인한다는 착각마저 든다. 2016년 초반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끝 간 데 없이 오르는 중이고 정부 대책은 헛심만 쓰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은 3.3㎡당 1억원을 돌파했다. 강남의 미래가치는 이보다 더 고귀하다는 시중 민심이 일부 있긴 하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20대, 30대 청년층이 보기에는 분명 과열이고 거품이다. ‘거품이 꺼지기 직전이야’라는 조금 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할 것이다.

올해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내년 다시 2%대로 반등한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의 체감경기는 마이너스에 진입한 지 오래다. 소득은 줄어들고 세금·사회보장보험료 같은 준조세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가처분소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주도성장의 막차라도 타려는 심정으로 수억원의 빚을 내 서울에서 집을 사는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계속 오르는 집값이 방증한다. 문제는 향후 집값이 오르는 것과 상관없이 대출에 따른 원리금은 더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가처분소득은 더 감소한다. 돈이 돌아야 자영업이 기력을 회복하는데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의 미세혈관인 자영업의 숨통을 끊는 흉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돈을 시중에 풀 수 있는 기업은 △미중 무역 분쟁 △내수 침체 △국제 경쟁력 약화 등의 이유로 채용에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이보다 더 마음이 시릴 수 없는 세밑이다. 대안으로 역부족인 소득주도성장, 상당한 뒤끝을 남길 부동산주도성장을 넘어 식어가는 ‘성장 엔진’만큼이나 차가워진 민심을 돌릴 대안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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