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칼럼] 집값 상승의 그늘 ‘미국의 홈리스’
상태바
[보라매칼럼] 집값 상승의 그늘 ‘미국의 홈리스’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승인 2019.12.16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라매 칼럼

“즐겨라!” 미국 뉴욕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자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고용, 소득, 성장률 등 지표로 보면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도 미국 경제는 나홀로 호황이다. 미국인들은 정말 역대 최고의 활황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미국 언론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LA카운티에서는 전년대비 홈리스가 12% 늘었고, 이웃에 위치한 오렌지카운티는 43%나 증가했다. 폭스뉴스는 이를 ‘홈리스 위기’라고 표현했다. 미국 홈리스 5명 중 1명이 캘리포니아에 산다. 노숙인들이 길거리에 하도 배변을 많이 해 샌프란시스코에는 ‘배변 순찰대(Poop Patrol)’까지 만들어졌다.

샌스프란시코, 산호세, LA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도 경기가 가장 좋은 데다 아마존, 구글 등 주요 IT기업이 몰려 있다. 그런데 집없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느는 것은 쉽게 납득이 안 간다.

답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서 찾을 수 있다. 뉴섬 주지사는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홈리스 위기의 근원은 높은 주거비”라고 단언했다. 글로벌 IT기업이 몰려오면서 캘리포니아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이를 감당할 수 없던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최저임금은 2014년 시간당 10.74달러에서 2018년 15달러로 43.2% 상승했다. 하지만 이 기간 집값이 두 배 이상 뛰었다.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격차였다. 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 데이터를 보면 샌프란시스코의 중위가격 집값은 170만 달러. 한화로 20억원 정도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가구의 17%에 불과하다.

길거리에 텐트를 치거나 신문지를 깔고 자는 노숙인 홈리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차에서 생활하는 홈리스까지 합치면 홈리스는 30%나 더 증가한다. 제시카 부루더가 쓴 ‘노마드랜드’를 보면 집이 없어 RV와 캠핑카에서 생활하는 홈리스가 수만명에 달한다. 주요공원 주차장을 빼곡 채운 캠핑카 중 상당수는 홈리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전직 교수, 맥도날드 부사장, 목사, 대학직원 등도 포함돼 있다. 주거비가 부족해 RV카를 도심공원에 주차하고 생활하는 시간제 강사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높은 임대료 부담은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캘리포니아 지역 대학생 5명 중 1명은 홈리스 상태다. 새크라멘토는 대학 주차장을 개방해 집없는 학생들이 차에서 잘 수 있도록 하는 고육지책을 마련했다고 ‘라이스트’는 보도했다.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샌프란시스코시는 시로 몰려든 트위터,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기업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직원들에게 고임금을 주는 바람에 집값이 치솟았고 사람들이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홈리스 사태는 우리도 강건너 불구경을 할 입장이 못되는 것 같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 매매가격이 8억8000만원을 넘어섰다. 2년 6개월 만에 45%가 올랐다. 강남은 12억원에 육박한다. 통상적인 임금을 받아서는 도저히 구매하기 힘든 수준이다. 집값이 비싸면 서울을 떠나면 되지만 서울을 떠나면 직장을 얻기 힘들다. 옥탑방·반지하로 몰리다 그래도 안 되면 결국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집값폭등은 역대 최고의 주가잔치를 벌이는 경제최강국 미국도 휘청거리게 만든다. 서울 집값이 더 오를 때, 우리는 대책이 있을까.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mypark@kyunghyang.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