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육십간지의 37번째 해로, ‘흰쥐의 해’이다. 우리나라를 진정한 민주공화국 반열에 올려놓은 4·19혁명의 해이기도 하다. 다시 60년만에 찾아온 올 경자년은 우리나라 건설이 거듭나는 건설혁명의 해가 될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건설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고난의 행군 끝에 겨우 희미한 불빛 하나를 발견한 상황이다. 여전히 날은 어둡고 길은 먼데 무거운 짐까지 짊어진 처지다. 하지만 우리 경제, 다른 산업을 생각해서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무너질 수 없는 형편이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을 기존 예상치인 -1.6%보다 0.7%포인트 하락한 -2.3%로 하향조정해 발표했다. 계속되는 마이너스 물가는 일본식 장기불황의 공포감을 불러오는 등 우리 경제와 건설산업을 둘러싼 전망은 밝지가 않다.    

하지만 새해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이 올해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난 23조2000억원으로 확정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최대 규모 증가폭이다. 노후 SOC 유지보수 등을 위한 안전예산으로 4조8000억원, GTX, 신안산선 등 광역·도시철도 건설과 광역·혼잡도로 개선 등에 1조1700억원, 그리고 도시재생사업 및 공영주차장, 철도 및 도로 안전시설 개량 등 생활SOC사업에 5조원대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예산확보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실제로 적재적소에, 적기에 집행되고 실행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게 확보한 예산이 엉뚱한 데로 새거나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공공공사에만 쏟아 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민간공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새해부터 공공공사를 시작으로 종합·전문건설 간 업역 칸막이 폐지가 본격 시행되는 만큼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에 따른 하위법령 개정과 주력분야공시제, 상호실적인정기준 마련, 발주가이드라인 제정, 입찰제도 개선, 시범사업 실시를 통한 보완책 마련 등 주요 사안들이 현재 진행형으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29개로 나뉜 전문업종 개편문제는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방안을 완성하는 마무리 작업으로, 역시 머지않은 시일 내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2018년 법제화된 건설산업 혁신방안은 40여 년 지속돼온 종합과 전문건설업계 간의 갈등과 경쟁, 그리고 협력과 타협의 결과물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방식만으로는 고질적인 부조리와 비효율을 극복할 수 없고, 그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 형성이 그 배경이 됐다. 큰 방향은 전문을 더욱 전문답게 만들고, 직접 시공과 관리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때로 크고 작은 융합이나 건전한 경쟁체제, 기술력이 요구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 리스크도 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스펜서 존슨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등장하는 생쥐가 주는 교훈도 그런 것이다. 변화의 바람 앞에 우리는 한 배를 탔다. 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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