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0이란 수는 자꾸 봐도 절묘하다. 101년 주기의 다른 해도 마찬가지이다. 1818, 1919처럼 거의 모든 인류가 일생에 한 번 맞는 해이다. 미래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거의 그러했다. 건축물로 보면 안정적이고 깔끔한 디자인이다. 동수(同數)반복이라 둘이 나란히 서 있는 상생의 의미까지 있다. 그래서 더 특별한 해이다. 건설에도 활력이 솟을 것만 같다. 

지난해 정부가 설정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은 ‘경제상황 돌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크게는 민간·민자·공공 등 3대 분야에 100조원대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사업 중 5조2000억원을 먼저 집행하고 10조원대의 민자사업을 추가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주택, 철도·고속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확충 사업 등에 지난해보다 6조5000억원 늘어난 60조원을 투입한다. 또 주거복지 로드맵 105만2000호 중 8만2000호를 연내 착공하고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도 조기 실행하는 등 건설경기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집권 4년차 신년사에서도 이같은 ‘100조원 투자 프로젝트’의 실행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그는 “23개 사업, 25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는 한편,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SOC’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원 이상으로 확대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계획들이 그대로 실행되기에는 아직도 난관이 수두룩하다. 미·중 패권갈등에 더해 점점 긴박해지는 미·이란 간 충돌 분위기가 심상찮다. 그에 따른 금리, 유가, 환율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경기침체와 저성장 등 장기불황의 늪 앞에서 정부가 뒤늦게 SOC 투자확대로 위기 타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라는 조건하에 가능한 얘기이다. 경제학에 자주 등장하는 라틴어 문구인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 즉,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란 기초적 가정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이상과 현실은 분명 괴리가 있는 것이다.

중앙재정 및 지방재정을 상반기에 60% 이상 집중적으로 조기 집행하는 것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조기집행이 경기침체 예방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수급불균형과 하반기 재정압박, 행정력 낭비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불공정 하도급 부조리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선안들은 벌써부터 기득권의 조직적 저항에 막혀 후퇴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타워크레인 월례비와 취업강요 등 거대 노조들의 횡포 또한 여전하다. 올 한 해 경제상황 돌파와 100조원 투자 프로젝트도 이러한 장애물들을 여하히 잘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건설 혁신과 상생 도약의 비전은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건설인, 노조가 서로 성찰하고 자신들의 도그마에서 빠져나와야만 가능하다. 다행히 건설업체 경영인들의 신년포부에서도 혁신과 성장, 고객과 미래, 글로벌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해 공감대가 느껴진다. 모든 건설인들이 바라는 대로 올 한 해는 건설에 활력이 솟는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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