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입법이 20대 국회에서 결국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도를 덜컥 시행해놓고 보완입법은 나 몰라라 식으로 방기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이미 올해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중인 이 제도는 정부가 현재 6개월~1년6개월 계도기간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 기간 동안 처벌을 유예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대로 가면 처벌 유예기간이 끝나는 순간부터 수많은 건설사업자들이 졸지에 범법자로 몰릴 판이다.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가 대신 총대를 메겠다면서 내놓은 방안이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장관 인가를 받아 일시적으로 주52시간을 초과해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전까지는 ‘특별한 사정’을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로 한정해오던 것을 일정한 제한규정을 두어 그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방안은 국회의 보완입법 지연에 따른 잠정적 조치일 뿐이다.   

주52시간제로 인한 부작용은 여러 산업분야에서 수없이 언급이 됐다. 특히 건설업에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건설업은 대표적 노동집약산업으로, 날씨 등 환경적 요인과 직결된 옥외작업이 기본이고 업체들끼리의 협업구조가 대부분이라 탄력적인 근로시간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건설사업자에게는 공기지연과 간접비 증가 등의 피해를 안기고 건설근로자들로부터는 일감과 수입을 빼앗는다. 건설사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손해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합의를 거쳐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노조단체들의 적극적 반대가 작동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개월을,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년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환경노동위 소위에서 이러한 여야 견해차만 확인하고 더 이상 진전이 없다.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과 다른 민생법안에 밀려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2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20대 국회 마지막 법안의결의 장이다. 여기서조차 논의가 안 되면 4.15 총선체제로 가고, 총선 후 곧바로 5월29일 20대 국회는 마감한다. 계류 중인 법안들은 모두 자동폐기된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여타 건설·경제 관련 법안들은 물론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법안 만큼은 꼭 통과시켜줘야 한다. 하지만 아예 논의조차 안 될 분위기이다. 여야가 의지만 있으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얼마든지 법안처리가 가능하다. 정치권이 노조 눈치 대신 민생과 국가경제를 더 고려한 결단을 내려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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