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계약의 당사자가 각자 부담하는 채무가 서로 대가적인 의미를 갖고 관련돼 있다면 서로 동시에 채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됩니다. 이 경우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채무이행을 청구하면, 상대방은 자신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에서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가 대표적으로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을 청구하면 임대인은 임대차목적물 반환을 이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고, 반대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목적물의 인도를 구하면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이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고는 합니다. 판결도 “임대차목적물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라”는 식의 상환이행판결이 내려집니다.

상가건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임대인의 건물명도 청구에 대해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 지급과 동시에 건물인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도 아무런 조건 없이 건물을 인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위법하다는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다233955 판결).

다만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무에 대해서는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는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해 발생하지만,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고 있으므로, 두 채무가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어서 동시에 이행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8다242727 판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임대차목적물 반환을 거절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한편 원칙적으로 성립하는 동시이행관계라 해도, 당사자의 행위에 따라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법원은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제3자에게 하고, 제3자가 이를 신뢰해 경매절차에서 임대차목적물을 매수했다면, 이후 임차인의 권리 주장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근저당권자가 담보로 제공된 건물에 대한 담보가치를 조사할 당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대차 사실을 부인하고 건물에 관해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작성해 준 경우(대법원 2016. 21. 1. 선고 2016다228215 판결), 임대인이 임차인과 공모해 채권자에게 임차인이 친척이어서 임대차보증금 없이 입주하고 있다고 하면서 금원을 대여받았던 경우(부산지방법원 1986. 11. 10 선고 85나1270 판결) 등에 대해, 임차인이 처음 의사표시와 달리 임차인으로서 임대차보증금 반환과의 동시이행을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 및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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