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중재산업이 각광받고 있고 정부도 중재산업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황현영 입법조사관이 최근 발표한 ‘중재산업 활성화 사업의 한계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중재산업의 현황과 개선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중재는 법원의 재판 대신 중재인의 판정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대체적 분쟁해결수단(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이다. 상거래 분쟁시 중재는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고 절차와 결과가 비공개라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제중재는 기업들의 국제거래에서 가장 선호되는 분쟁해결방법임에도, 우리나라는 국제중재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들 간의 분쟁도 해외 중재기구에서 해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의 분쟁은 프랑스 국제상업회의소에 중재신청해 2019년 최종 판정 때까지 2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컨소시엄과 예금보험공사의 2조3000억원 규모 분쟁도 해외 중재기구를 통해 해결했다. 이에 따라 법률서비스 분야 국제수지 적자는 2008년 2300억원에서 2018년 68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2016년부터 중재산업 활성화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며 국제중재사건의 유치 확대 및 중재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2016년 이후 중재활성화 예산으로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하고 있지만 실제 중재사건 수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국내중재 사건은 2015년 339건, 2016년 319건, 2017년 307건, 2018년 331건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제중재 역시 2014년 87건, 2015년 74건, 2016년 62건, 2017년 78건, 2018년 62건에 머물렀다.

2018년 기준 국제중재 건수는 우리나라가 62건, 홍콩 265건, 싱가포르는 402건이었다. 국제중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와 비교해 물적·인적 인프라를 동시에 정비해야 한다.

특히 국내 국제중재센터의 사무국 인력과 다양한 국적의 중재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새 인력이 중재인으로 진입할 수 있게 교육프로그램도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 간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계약시 중재기관을 명시토록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우선 국가기관 및 공기업의 계약서에 국내 중재조항을 삽입하고, 장기적으로 정부와 공동 정책을 추진하는 민간기업의 변화도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대륙법계라는 점을 살려야 한다. 중국와 일본 등의 대륙법계 국가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국가와 분쟁이 있을 때 우리나라에서 중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홍보해 활성화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제3자 자금조달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이 제도는 분쟁의 제3자가 중재 절차에 소용되는 비용과 경비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분쟁해결의 결과물의 일부를 분배받는 제도다. 제3자 자금조달제도는 홍콩과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은 물론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 등 상당수의 국가에서 허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기존 변호사법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을 순 있지만 국제중재에 한정해 도입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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