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건설업도 ‘구독경제’와 ‘공유경제’에 눈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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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건설업도 ‘구독경제’와 ‘공유경제’에 눈뜨자
  • 김태황 교수
  • 승인 2020.0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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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9년 소총 제작 국영기업으로 설립된 스웨덴의 허스크바나(Husqvarna)는 330년이 지난 현재 산림, 공원 및 정원 관리의 전기톱과 절단기 등 전동기기 전문 제작과 소매업체로 변신해 왔다. 이 기업은 소총 생산에서 재봉틀, 자전거와 오토바이 생산으로 변신해 왔다가 현재는 건설 석재 절단공구도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 공구 매출은 약 7400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14%, 소득으로는 총 소득의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5월부터는 쇼핑센터 주차장에 8m×3m의 고급스러운 푸른색 ‘스마트’ 창고, 허스크바나 배터리 박스(Husqvarna Battery Box)를 설치하고 30개의 분할 박스를 활용해 일반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주택과 환경 관리 도구를 다양하게 임대하고 있다. 공유경제로 확장했다. 소비자는 이따금 사용하는 공구를 구입해 보관할 필요없이 일정한 월 회비를 납부하고 언제든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 앱으로 박스 위치 확인, 임차 예약, 공구 사용법 등을 모두 활용한다.

1997년 비디오와 DVD 배달 서비스에서 출발한 넷플릭스(NETFLIX)는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시청각 자료의 실시간 전송 및 재생 기법) 사업으로 확장한 지 13년 만에 1억7000만명의 영화 구독자를 확보했다. 덕분에 2005년까지도 미국에 5500개의 점포를 통해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하던 업체 블록버스터는 2013년에 파산했다. 블록버스터는 대여 건당 요금과 연체료를 부과했고, 후발업체 넷플릭스는 대범하게(!) 월 구독료를 받고 대여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연간 80억 달러 이상을 재투자하고 있다. 스물세 살 청년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백년 몸통을 흔들고 있다.

건설기업이 수주산업의 고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 시설물 소비자를 구독자로 전환해 건설 서비스와 소비의 품질 모두를 향상시킬 수는 없을까? 건설 산업에 공유경제 플랫폼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까?

크고 작은 건설기계에서 설계와 시공, 시설물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건설기업도 진화하고 변신해야 한다. 잔칫집 떡과 국수에 입맛 들여서 초청장만 기다릴 수는 없다. 오히려 역으로 잔치를 정기적으로 열도록 판을 벌여 주어야 한다. 큰 잔치에 과식하고 열흘간 굶는 것보다는 사흘에 한 번 작은 잔치에서 적게 먹더라도 배탈 나지 않고 배고프지 않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

건설 시설물 생산과 서비스 제공이 일상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거액이 소요되는 시설물을 개인이나 기관이 일상적으로 건설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수의 소비자 집단이라면 각양각색의 건설 수요를 일상적으로 필요로 한다. 시설물을 건설하려는 소비자는 공사비 증가와 부실공사의 우려감을 떨치지 못한다. 어느 설계, 시공, 관리 업체를 선택해야 할지도 난감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감을 덜어주기 위해서 신뢰할 만한 업체들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직접 물색해 준다면 일정 기간 회비를 요청할 만하지 않을까?

건축공사업에서 가상적인 스타트업을 시도해 보자. 기존의 일회적인 건축사업에 국한된 방식과는 다르다. 다수의 잠재적인 건축물 건설 또는 건물 관리 수요자들에게 실질적인 컨설팅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아주 저렴한 일정기간 회비를 대가로 제공해 보자. 건축사업 전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건축물 소비자와 생산자와 투자자와 관리자 모두에게 각각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건설사업을 시행하지 않아도 좋다. 건설 산업의 일상적인 놀이터를 제공해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이 이런저런 발상과 시도를 해보도록 판을 벌여 주는 것이다. 수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발주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구슬을 꿰어 주면 구슬 생산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생긴다.

머지않아 건설기업의 수는 감소하고 기업 간 부익부 빈익빈의 편중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산업의 구조조정은 자연스럽다. 건설기업이 ‘구독경제’와 ‘공유경제’의 발상을 활용하려면 먼저 사업영역을 창의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사람들이 건설업체인지 유통업체인지 헷갈리게 해야 한다. 건설업과 정보 유통업과 생활 컨설팅업이 융합돼야 한다. 또한 차별적인 서비스로 품질을 향상시키고 다양화시켜야 한다. 작지만 반복적인 소비가 유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이 연결될 수 있다. 삶의 편리와 가치를 위해 소비자들이 건설 산업을 일상적인 일로 여기며 공유하도록 친근하게 변신해야 한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김태황 교수] ecothk@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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