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과 반전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그것이다. ‘분노가 오히려 힘이 됐다’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세계를 강타한 중국발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을 터, 건설현장이 그러하다.

이번 사태로 인한 공사차질이 불가피하다. 주요 건설사들은 공기연장 등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시공현장 뿐만 아니라 관련 자재 및 레미콘 업체 등 타 분야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 건설사들은 모델하우스를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대체하거나 분양 일정 자체를 연기했다. 차제에 PC(precast concrete)공법이나 모듈러공법 등을 이용한 사전제작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건설현장에는 단순 노무부터 기술공까지 중국인이나 조선족이 유난히 많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국내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22만6391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19.5%이다. 그 중 H-2(방문취업)와 F-4(재외동포) 등 조선족 비중은 52.5%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통계에 없는 일용직이나 불법체류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감염 가능성이나 위험도로 따지면 건설현장 역시 중점 관리 대상이다. 앞으로는 건설현장에 외국인력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내국인력들이 더 많이 건설현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조성돼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 스스로 발 빠른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주요 건설사들은 단순 노무 일용직이나 기술공 가릴 것 없이 전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해외 방문 이력 등을 조사하고 작업 시작 전 반드시 위생·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체온측정과 마스크·손세정제 지급은 기본으로, 과거에는 소홀히 했던 보건·위생 쪽 교육을 특히 강화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추락 등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년에 비해 8.6% 감소한 반면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고로 인한 재해자 수도 4.9% 증가한 데 비해 질병 재해자 수는 무려 37%가 급증했다. 건설현장에 추락이나 끼임 같은 안전사고만 있는 게 아니라 질병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건설 안전 문화 정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보건·위생분야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시련과 고난이 약이 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역설 같지만, 이번 사태가 건설현장들로 하여금 환골탈태, 체질개선을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공기달성을 위해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의 작업독려만 할 게 아니라 보건·위생 강조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철저한 관리·감독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점검 체계가 평상시에도 일상적인 시스템으로 정착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기야 이 문제는 비단 건설 산업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모든 분야, 국민 개개인 의식수준이나 일상 생활습관으로까지 확대돼야 할 필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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