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계약의 경우 최종 검사에 합격한 후 잔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체결하곤 합니다.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에서도 ‘도급인은 준공검사 합격 후 공사목적물을 인수하고(제27조 제4항), 이와 동시에 공사대금을 지급한다’(제28조 제2항)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급인이 중요한 하자가 아닌 사항을 보수하라고 하면서 최종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검사에 합격하지 못했으니, 잔금도 받을 수 없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 대법원은 꼭 ‘검사합격’을 해야만 잔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1. 사례 –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하도급계약

X사는 식각 장비 시스템(Glass Slimming System)의 제조·설치에 관해 Y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았습니다. 이 하도급 계약에서 ‘제품은 견적서 등에 따라 제작하며, 잔금은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다음달 말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X사는 위 장비의 제작을 마치고 Y사가 지정한 위치에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Y사는 이 장비의 PVC 플레이트와 노즐이 견적서와 다른 부품·수량으로 제작됐다면서 견적서에서 정한 대로 완전한 장비를 다시 납품하라고 요구했습니다.

Y가 지적한 사항은 장비의 성능이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하자는 아니었습니다.

이에 X사는 남은 설치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Y사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Y사는 설치된 장비가 기준에 미달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X사가 계약 이행을 거부하고 있음을 이유로 하도급계약의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결국 X사는 Y사에게 소를 제기해 잔금의 지급을 청구하게 됐습니다.

​2. 대법원 판단 – ‘검사합격’은 잔금지급 위한 절대적 조건 아니다

대법원은 위 사례에서, X사는 하도급계약이 정한 대로 일을 완성했으므로 잔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 장비는 주요구조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췄고 이 사건 장비를 완성해 설치를 시작했으나 Y사의 비협조로 설치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서 X사로서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예정한 최후 공정을 마쳤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72486, 272493 판결).

이와 함께 대법원은 “도급계약의 당사자들이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해 합격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그 보수를 지급한다’고 정한 경우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보수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수급인의 목적물 인도의무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검사 합격’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을 좌우하는 조건이 아니라 보수 지급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렇게 불확정기한일 경우에는 검사합격과 같은 약정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검사합격이란 사실이 확정적으로 발생할 수 없게 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X사가 도급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하고 검사에 합격한 때뿐만 아니라,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때에 Y사는 잔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Y사가 최종검수를 거부하고 해제를 통보해 ‘최종 검수 완료·승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됐으므로 X사는 잔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3. 시사점 – 도급계약이 정한 일을 완성했다면 잔금 청구 가능

위 사례에서와 같이 약정한 대로 시공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성능을 갖췄다면 일이 완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했다면 최종 검사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수급인은 잔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일 도급인이 부수적인 사항의 불이행을 이유로 최종검사를 미루거나 대금지급을 거절한다면 이는 정당한 대금지급 거절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 관련 사례 발생 시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법무법인 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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